[‘장애인의 날’ 동행 취재 2題]
뇌병변 이영애씨와 함께 가본 대학로 극장
3시간 30여곳 뺑뺑이… 입장 가능 단 한 곳
장애인 좌석 있어도 비좁아 결국 관람 포기
“턱 넘다 넘어질까봐 공연보다 공연장 우선”“매일 인근 야학을 다니지만 바로 앞에서 공연이 열려도 저는 들어갈 수가 없어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봄날아트홀 입구에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뇌병변 장애인 이영애(59)씨가 활동지원사 조승하(34)씨와 함께 멈춰 섰다. 이곳에서 공연하는 추리 스릴러 연극을 보기 위해서였다. 입구에 놓인 4㎝ 높이 턱을 넘으려는 순간, 휠체어 앞바퀴가 14㎝가량 들리며 몸이 뒤로 확 쏠렸다. 이씨는 “전동휠체어로 턱을 넘기 위해 속도를 높이다가 자칫 뒤로 자빠질 수 있다”며 “어떤 공연인지보다 (공연장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국민일보는 이씨와 함께 대학로 일대 공연장과 편의시설을 둘러봤다. 봄을 맞아 인기 연극이 곳곳에서 상연 중이었지만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극장은 거의 없었다. 3시간 동안 30여곳을 돌아본 결과 휠체어로 진입이 가능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온라인 예매창에는 장애인 좌석과 휠체어 진입 가능 여부가 대부분 명시되지 않았다.
이날 이씨는 장애인 좌석이 있다고 안내된 한 대형 공연장의 코미디 연극 ‘오백에삼십’ 관람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사전에 연락한 뒤 도착한 공연장 입구에는 계단 두 칸이 놓여 있었는데 활동지원사가 뒤에서 밀어도 휠체어로는 넘을 수 없었다. 객석 내 휠체어 자리는 맨 앞 구석의 좌석 두 개를 빼서 마련한 비좁은 구조였다. 결국 이씨는 객석에 들어가지 못한 채 극장을 나왔다.
대학로 골목을 돌아보는 이씨의 시선은 공연 포스터보다 바닥으로 향했다. 턱과 경사로, 문 폭부터 확인해야 했다. 극장은 대부분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지하에 있었고, 인근 식당과 편의시설도 출입구 턱이나 좁은 통로 때문에 진입 자체가 어려운 곳이 많았다.
대학로 거리는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구간이 많아 차량과 오토바이가 이씨의 휠체어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순간도 있었다. 이씨는 “밖에서는 장애인 화장실을 거의 못 가서 물도 잘 안 마신다”고 말했다.
현행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면적과 관계없이 공연장 관람석의 1% 이상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시행령이 개정되기 이전에 지어진 공연장은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상당수 극장에는 여전히 장애인 좌석이 없다. 조인영 변호사는 19일 “장애인의 공간 접근성은 문화 향유의 평등권 문제”라며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