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토끼몰이식 수사’ 취지 진술
與, 수사 책임 고발·특검 추진키로
‘국조로 수사·재판 개입 선례’ 우려

여당이 주도 중인 국정조사를 두고 “정권 입맛에 따라 사법적 판단까지 좌지우지하려는 꼴”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등 국정조사 대상 사건의 핵심 인물들에게서 여권에 유리한 진술을 확보한 뒤 특검을 띄우는 수순을 밟고 있다. 여권 인사가 관련된 사건 1심의 공소취소나 이미 확정판결이 난 사건의 재심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내세운 진술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 것이고, 사법적 판단은 청문회장이 아닌 법정에서 최종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지난 16일 청문회를 열고 대장동 민간개발업자였던 남욱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렀다. 남 변호사는 “(2022년 당시 수사검사였던) 정일권 부장검사가 ‘우리의 목표는 하나다’는 얘기를 했다”며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을 겨냥한 토끼몰이식 수사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이 자리에서 남 변호사 진술이 정권 변화에 따라 거듭 달라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며 “(남 변호사 진술 신빙성을) 국회나 정치권에서 판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남 변호사와 이 대통령의 신경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윤석열정부 초반인 2022년 11월 21일 재판에서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같은 해 12월 7일 “검찰이 연기 지도를 한 것 아닌가. 검찰의 연출 능력도 참 형편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고, 남 변호사는 “캐스팅하신 분께서 ‘발 연기’를 지적해 너무 송구스럽다. 근데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라고 받아쳤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 대통령은 당시에는 연기하는 것이라고 했다가 이제 와서 남 변호사 등을 협박당한 피해자처럼 포장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국조특위를 통해 이 대통령을 겨냥한 ‘조작기소’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국조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의 수사 책임자를 고발하고, 당시 수사팀을 대상으로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국정조사를 통한 수사·재판 개입’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조특위에 출석했던 한 인사는 “국정감사및조사법은 계속 중인 수사·재판에 개입할 목적의 국정조사는 제한하는데 이를 사문화시키는 최악의 선례가 만들어진 셈”이라며 “앞으로 어떤 정권이든 불리한 사건은 국정조사를 통해 뒤집으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고위 법관은 “국조특위에서 나온 진술 번복은 어느 한쪽을 확실히 신빙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 그 자체로 재심 사유가 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특검 명분을 만든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