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룰라 등 좌파 정상 집결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비롯한 세계 주요 좌파 지도자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집결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름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그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 ‘반트럼프 연대’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은 18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산체스 총리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공동 주재로 ‘민주주의 수호 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는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이 약진하자 스페인과 브라질이 주도해 출범했는데 이번이 네 번째다.
회의에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메리카 대통령 등 좌파 성향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사회민주당 대표도 합류했다.
산체스 총리는 개막 연설에서 “탐욕스러운 억만장자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며 “다자 질서를 지키기 위해 유엔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극우는 승리해서가 아니라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더 크게 외치고 있다”고 직격했다. 미국의 ‘마가(MAGA)’와 거대 자본, 소셜미디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룰라 대통령은 스페인 언론에 “특정 국가를 겨냥한 회의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본회의에서는 “매일 아침 전 세계를 위협하는 지도자의 메시지를 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쟁을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평화의 수호자가 아닌 ‘군벌’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들이 이익을 위해 전쟁을 자행하거나 방조하는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유로뉴스는 산체스 총리가 ‘반트럼프 동맹’을 구축했으며 행사장에서는 “전쟁 반대” 구호가 울려 퍼졌다고 전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 전쟁이 다자주의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하며 이번 모임을 사실상 ‘반트럼프 집회’로 해석했다.
특히 이날 열린 ‘글로벌 진보 동원’ 행사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반대해 온 민주당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진보 목소리를 내온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참석했다. 40개국, 100여 단체, 3000여명이 모여 소득 불평등, 친환경에너지 전환, 진보 진영의 선거 전략 등을 논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어떤 정상도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직접 비판하진 않았지만, 그의 일방적인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이 분위기를 압도했다”고 전했다.
브라질과 스페인, 멕시코는 미국의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쿠바 국민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유엔 헌장에 따른 대화를 촉구하고 쿠바에 대한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