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내부 제보자 명단과 주요 내용 정리
제보자 “제보자 색출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
농협 측 “내용 정리했을 뿐, 색출 의도 없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각종 비리 의혹을 심층보도한 MBC 'PD수첩' 방송 이후 농협중앙회가 익명의 내부 제보자 명단이 포함된 문건을 보고용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 인사에 대한 이해활동 전개' 등 향후 계획이 담겨 제보자를 색출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농협 측은 일반적인 보고 문건이라며 색출 의도는 없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농협 홍보부는 지난 14일 MBC 'PD수첩'의 <강호동 회장과 비리 백화점> 방송 이후 관련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강 회장의 현금 수수 의혹, 비자금 조성 의혹과 농협 측의 언론 및 국회 로비활동 등 MBC 방송 내용이 보고용 문건으로 정리됐다.
홍보부는 '주요 인터뷰/내부제보 내용'이라는 페이지를 따로 구성해 방송에 등장한 인물과 그 인물의 주요 발언 내용을 정리했다. 농협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교수, 변호사, 국회의원 등의 이름이 통영농협 직원, 통영농협 퇴직자, 농협 전 임원 등 익명의 전·현직 농협 관계자들의 이름과 함께 등장했다.
홍보부는 향후 대응계획으로 '방송에 언급된 관련 인사에 대한 이해활동 전개'를 꼽았다. 비판적인 발언을 한 전문가들을 회유하거나 내부 제보자 색출 및 입단속을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이 나오는 지점이다.
MBC 'PD수첩'에 제보했던 A씨는 "방송에 나온 사람들이 명단으로 정리된 걸 보고 지인, 친구, 가족을 다 동원해 협박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PD수첩이 취재원 보호를 위해 대역으로 잘 처리해줬지만 말투까지 분석해 어떻게든 색출하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전했다.
농협 홍보부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방송을 못 봤을 수도 있는 분들을 위해 방송 내용을 그대로 요약했을 뿐"이라며 "방송 이외의 것들을 붙인 게 없다. 부정적인 인터뷰나 내부 제보만 정리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건 중 '관련 인사에 대한 이해활동 전개'에 대한 의미를 묻자 홍보부 관계자는 "농협 관련 부정적인 보도에 얼굴이 비치신 분들이나 다른 부분들에서 본의 아니게 출연하신 분들이 기분이 나쁘실 수 있으니 사과한다는 의미"라며 "저희가 이 문건으로 제보자를 어떻게 찾나.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