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질문들’ 출연해 AI와 인간의 차이점으로 ‘망설임’ 꼽아
“유려하고 빠른 AI 조언보다 인간의 투박한 침묵이 위로”
유튜브에 대해선 “시청 속도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 걱정”AI를 통한 정보 이용이 확산하는 가운데 AI가 결코 모방하거나 앞지를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을 언급하며 인간이 만드는 뉴스의 가치와 문학의 가치를 언급한 작가의 발언이 화제에 올랐다.
2005년 25세에 역대 최연소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고 2013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바깥은 여름', '달려라, 아비',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을 쓴 김애란 작가는 지난 15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AI가 쓴 전쟁문학, 난민 문학과 인간이 쓴 게 같을까. 소설이나 문학이 그저 콘텐츠이기만 하다면 우리가 책 맨 앞에서 저자의 얼굴을 한참 보거나 약력을 보는 일이 있을까"라고 자문했다. 이어 "우리가 왜 윤동주나 이육사의 글을 보고 감동하지-라는 질문으로 (답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탁월함만큼 중요한 것은 콘텐츠 생산자의 서사라는 의미다.
김 작가는 "내가 작가로서 글쓰기에 근육이란 게 늘었다면 그게 언제지 (생각해 보니), 한 문장 한 문장 어렵게 이을 때, 전전긍긍과 자문자답 그 과정에서 늘었구나 깨달았다"고 전한 뒤 "그런데 AI의 경우에는 그 과정을 단축해 준다"고 말했다. 당장에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이 쉽고 빠를수록,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습득'까지는 이어지지 않기 마련이다.
김 작가는 "좀 고민되는 일이 있어서 (AI에게) 고민을 나눈 적이 있는데, 인간한텐 있고 AI한텐 없는 것이 있었다. 망설임이었다"며 때론 '망설임'이 인간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의 고민을 들을 때, 아픔을 들을 때, 어떤 말을 삼키거나 주저하거나, 짐작하고 헤아리는 찰나가 있다. 그리고 그 주저 안에 힘겹게 서 있는 어떤 배려나 품위가 있다"면서 "어느 때는 유려하고 빠른 AI의 조언보다 인간의 투박한 침묵이 위로가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진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인데, 이는 특히 뉴스 영역에서 돋보일 수 있다.
김 작가는 AI가 전달할 수 없는, 인간만이 전달할 수 있는 뉴스의 순간이 있다며 2019년 4월4일자 JTBC '뉴스룸'에서 방송된 '앵커브리핑'을 언급했다. 당시 손석희 앵커는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죽음을 언급하며 "우리는 세상을 등진 그의 행위를 미화할 수는 없지만…그가 가졌던 부끄러움은 존중해 줄 수 있다는 것…이것이 그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빼버린 그 차디찬 일갈을 듣고 난 뒤 마침내 도달하게 된 저의 결론이었습니다"고 천천히, 힘겨운 듯, 묵직하게 말했다. 이후 손석희 앵커가 "그렇게 해서 저의 동갑내기", "노회찬에게", "이제야 비로소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라고 말하기까지 약 20초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김애란 작가는 "(손석희 앵커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두 번 봤다. 두 개 다 누군가의 부고와 관련된 일이었다. 자칫 보면 방송 사고라고 할 수 있을 만한 20초 정도의 침묵이 있었던 때가 있다"고 설명한 뒤 "사고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 순간) 어떤 진실과 인간이 서 있는 모습을 우리가 다 봤다고 생각한다. 그때 역시 망설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진행했다면 보도 원칙에 따라, 속도와 효율에 따라 전달했겠지만 (20초 침묵에서) 동시대를 통과하고 있다는 실감, 혹은 함께하고 있다는 실감을 굉장히 강렬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결함이나 한계처럼 보이는 게 사실 우리의 미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목소리의 떨림이나 침묵이,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공감'의 결정적 도구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이 저널리즘의 중요한 덕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늘날 유튜브에 대해선 "시청의 속도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걱정된다. 어떤 재난 보도 앞에서 나도 모르게 1.5배로 돌려볼까 자문한 뒤 깜짝 놀랐다. 내 몸의 리듬이 이렇게 바뀌었구나"라고 말한 뒤 "매체들의 편집권이 예전에는 어떤 가치나 지향이었는데 지금은 내 욕망"이라며 "몸의 리듬의 문제라면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덕이니 윤리니 대단한 게 아니라 '집중력이 도덕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김애란 작가는 "요새 문학의 진정한 가치는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있다"며 "어떤 진실은, 어떤 고통은 반드시 그 사람이 말하고 싶어 하는 속도로, 말하고 싶어 하는 분량만큼 전해져야 한다. 거기 특화된 장르가 문학"이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우리가 어떤 사안에 집중하는 힘을 기르려면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속도대로 말해준 작품을 읽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문학은 우리 삶에 엄연히 존재하는 여러 문제들을 당장은 도와주는 것 같지 않지만, 생색내지 않는 형태로 천천히 우리를 돕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