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밖 인터뷰] ‘공간을 다루는 청년여성 자영업자’ 연구한 조영주

[연구 소개] 논문 「공간을 다루는 청년 여성 자영업자들의 몸 노동 경험 : 집수리·도배·청소 업종을 중심으로」는 집수리·도배·청소 업종에 종사하는 청년 여성 자영업자들의 노동 경험을 조명한 연구이다. 논문을 쓴 조영주 씨는 본인 스스로가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청년 여성 자영업자이자, 동시에 여성학을 배우고 실천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청소업체 사장님이면서, 시민단체 간사로 지역사회에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와중에 어떻게 여성학 대학원을 진학하고 논문까지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태어나 20대 후반까지 서울시 중랑구에 살았어요.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하며 연극과 음악을 만들면서 마을 공동체 활동을 했어요. 중랑구 마을 공동체는 여성주의 관점으로 사업을 하는 곳이었는데, 그때는 제가 ‘여성주의 관점’이라고 인지를 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수성을 갖게 되고, 페미니즘 강좌를 함께 들으며 ‘이런 세계가 있구나’ 알게 되었죠.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하고 이사를 하면서 인천에 터를 잡게 되었어요. 생계를 위해 ‘먹고 살려고’ 청소일을 하게 되었고, 중랑구에서 해왔던 활동들을 이어가고자 시민단체 간사 일도 반상근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바라왔던 여성학 공부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청소일을 하면서 오히려 시간을 낼 수 있게 된 거군요?
 
“제가 청소일을 하기로 한 또 하나의 이유가 시간이에요. 일하는 사람의 리듬에 맞게 운영되는 조직은 드물잖아요. 조직의 리듬에서 벗어나 내 리듬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조금일지라도 나를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이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이전의 노동 경험에서는 장시간 일하다 보니 건강이 계속 악화되는 것을 느끼며, 이것이 지속 가능한 삶인지 고민하는 시간도 꽤 길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청소일을 하며 길고양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거든요. 길고양이를 돌보며 고양이들을 입양하기도 했고요. (지금 막둥이, 강냉이, 꿀떡이와 살고 있습니다.) 청소 일은 고될 때도 있지만, 내가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것 같아요.”
 

-시간을 뜻대로 쓰기 위해 기술을 배우고 자영업자가 되었고, 같은 일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논문을 쓰셨네요.
 
“대학원 면접을 본 날, 일기에 ‘이런 내 생애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한번 풀어보고 싶다’고 썼더라고요. 내가 지금 이렇게 흘러온 시간의 기록이 단순히 내 개인 삶의 기록이 아니라,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여성의 기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같은 일을 하는 여성들과 정말로 만나고 싶었고, 제가 청소일을 하는 것에 대해 신기해하고 의아해하던 사람들에게 제 삶을 설명하고 싶었어요.
 
요즘 다양한 채널에서 공간을 다루는 청년 여성 자영업자 콘텐츠가 나오고 있는데, 그런 콘텐츠들은 ‘월 천만 원 수입’을 강조하거나 아니면 힘든 부분을 주로 조명해요. 저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쑥스럽고 낯설어할 것 없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또 이 일이 굉장히 (주로 남성들의 일자리라고) 젠더화된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고요.”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다루고 싶었다는 말이 인상깊어요.
 
“사회가 정한 성공의 척도와 위계가 있잖아요. 이를테면 변호사, 의사 등 ‘성공’이라 여겨지는 일에 대해서는 다들 이야기하지만, 우리 사회가 굴러가게 하는 많은 필수노동에 대해서 상당수는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노동들은 가시화되지 않죠. 저는 그걸 드러내고 싶었어요. 사회가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는 노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게 세상을 굴리니까요. 힘든 일이기도 하고 당연히 어려움도 많지만, 단순히 노동을 고통으로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논문 제목을 보며 왜 ‘공간을 다루는 노동’이라고 범주화했을까 생각했는데, 20쪽에 “이 노동의 결과물은 공간에 새겨진다.”라는 문장을 보면서 이해가 되었어요.
 
“청소하러 들어가면 한 주 간의 생활감이 쌓여 있어요. 쓰레기도 많고 오염도 많죠. 어떻게 보면 그곳을 쓰는 이들의 치열한 노동의 흔적이기도 하죠. 생각해 보면 저도 회사 다닐 때 분리수거를 그렇게 잘했던 것 같지는 않아요. 일이 힘들면 힘들수록 망나니처럼 살았던 것 같네요. 그런데 청소하고 나면 전/후의 차이를 확실히 느끼게 돼요. 집수리하는 것도 그렇고, 도배를 하는 것도 그렇고 공간을 바꿔놓는 작업이고, 노동이 그 공간 안에 새겨진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을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는 일이고요.”
 

“우리 사회가 굴러가게 하는 필수노동이지만, 가시화되지 않았죠.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이게 세상을 굴리니까요.”
 
-자영업 진입 배경에서 ‘조직에서 배제되거나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과 ‘대인관계 감정노동에서의 피로감’을 이야기하셨더라고요. 논문을 읽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을 거 같아요.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여성 청년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경험과 감정 같달까요.
 
“제 주변의 여성들이 일을 하며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동시대의 여성들이 왜 약 없이 일을 할 수 없을까? 이게 저에게는 큰 질문이었어요. 저도 일을 하면서 많이 지치고 소진되었고요.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요. ‘내가 이걸 왜 하지?’라는 질문에 대해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답을 찾을 수 있어야 내 몸을 갈아 넣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도대체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으니까….
 
저는 특정 조직에 대한 욕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부품이 된 것 같은 느낌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수량화·표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끝나지 않는 일을 한다는 느낌?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순간을 돌아보니 병든 나만 남아있네? 일한 건 다 어디로 갔지?’ 조직이 나를 보호해 주지 않더라고요. 활동가는 자신을 갈아 넣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고요. 자다가도 눈물이 흐르는 날들을 지나며 곰곰이 생각하고 많이 아파하다가 결론을 내렸어요.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겠다. 그렇게 일을 정리하고, 새로 정한 일이 청소에요. 청소를 하니까 내가 한 일이 눈에 보이고 일의 전 과정이 내 손에 들어와서 좋더라고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노동으로부터 소외감을 느꼈던 다른 노동 경험과의 차이라는 대목이 떠오르네요.
 
“맞아요. 책임을 어디까지 져야 할지 몰라서 오는 모호함이 없고 담백해요. 청소는 군더더기가 없는 일이에요. 내 성과가 눈에 보이니 스스로 인정도 되고, 부족함을 발견했을 때 보완도 해결도 내가 책임지는 일이에요. 요령이 없던 시절에는 일을 마치고 나면 몸이 아프기도 했어요. 연구 참여자분들은 저와 마찬가지로 몸을 관리하는 요령이 다 있어요. 이 일이 몸을 갈아 넣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동시에 감각들이 내 몸에 쌓여가는 숙련노동이에요. 많은 여성들이 자기가 했던 일이 ‘물경력’이 되어버린 경험들이 있잖아요. 몸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면 경력이 몸에 새겨지는 게 되죠.”
 
가장 두려운 건 ‘미수금’…“일하고 돈 못 받는 여성들 많아요”
영세 자영업자들, 사회적 보호망이 너무 없다고 느껴

 
-고용된 노동자들과는 달리 자영업자들은 보호망으로부터 취약하잖아요. 뛰어들 때 이런 부분이 걱정되지는 않았나요?
 
“한 연구 참여자 분이 ‘자영업자들도 경제인으로서 이 세계의 경제의 축을 떠받드는 하나의 존재고, 자기도 이 수레바퀴를 같이 돌리고 있는데 완전히 배제당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저도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인데, 자영업자가 가장 취약한 지점이 뭐냐면 일하고 돈을 못 받는 거에요. 〈장인의 나라〉라는 웹사이트를 만드신 분도 필름 시공일 하고 밤에 코딩을 공부해서 웹사이트를 개설한 이유가 못 받은 돈 때문이에요. 공익을 위해 만든 거죠. 돈 못 받는 여자들 너무 많아요. 저도 청소 자영업을 하며 가장 두려운 일이 미수금인데요. 대금 독촉하는 것도 하나의 일이에요.
 
자영업자는 모든 게 자기 책임이에요. 물론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한국의 산업 구조를 무시한 채 ‘자영업자는 사장이기 때문에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보호망이 너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꼬우면 남 밑에 가서 일하세요’, ‘니가 능력이 안 되면서 사장 타이틀도 달고 싶고 대우는 받고 싶냐’라고들 하죠.
 
과거 여러 조직을 거치면서 일할 때 ‘다들 이렇게 사는데 나는 왜 안 될까?’라는 자기혐오가 있었어요. 그런데 나는 의미를 찾지 못하는 걸 견디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벼랑이나 저 벼랑이나’라는 생각에 자영업자가 되었죠. 프랜차이즈로 자영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본사만 돈 벌어주는 일은 싫었고요. 내가 과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AI 시대에 대체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고요.
 
그렇게 청소일을 시작했는데, 장례식장에서 몇 년 만에 친척분들을 만났어요. 무슨 일을 하냐고 묻는데, ‘회사 다녀요’ 하면 대충 뭉개지는데 청소일을 한다고 했더니 다들 뜨악해 하더라고요. 그때 아버지께서 헛기침을 하다가 자리를 뜨셨어요. 친척들의 걱정이 이어졌죠. ‘아니다 싶음, 빨리 취직해라’ 같은. 이 일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와 위계를 느끼긴 했어요. 제가 다른 사람 눈치를 엄청 보는 성격이지만, 어차피 망해도 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영향은 안 받았어요.”
 
-지금은 아버지께서 굉장히 자랑스러워 하신다구요. 논문에서 ‘노가다’라는 인식을 넘어 이 일에 대한 존중을 만들기 위해 업계 사람들이 하는 다양한 시도들도 소개해 주셨는데요.
 
“저는 몸 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매체에 더 많이 나와서, 이 노동을 가시화하고 또 자긍심을 많이 드러내면 좋겠어요. 저 역시 논문을 쓰고 지금 단행본을 준비하고 있고, 요즘 유튜브도 시작했는데요. 이런 시도들은 이 일을 하는 동료들과 스스로에 대한 존중을 만드는 흐름이기도 해요.
 
또 이 논문이 쓰여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집수리·도배·청소 의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 자영업자 카톡방이 있어요. 그 방에 6백여 분이 계시는데, 그 단톡방이 사실 여성 자영업자, 예비 여성 자영업자들에겐 노조 같은 곳이에요. 하루종일 카톡방 알람이 울려요. 일터에서 겪은 고충을 이 방에서 이야기하면 서로 응원해 주고 도움 주고 합니다.
 

연구 참여자분들께 굉장히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해당 업종에서 일하시는 여성 자영업자들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달려가야 먹고 살 수 있기에 휴무가 유동적이거든요. 인터뷰 약속을 잡았는데 일이 들어와서 취소된 경우도 있어요. 저도 견적 보러 오라고 하면 바로 달려 나가니까 이해가 되죠. 인터뷰를 해주신 분들은 하루 일을 빼고 만나주신 거예요. 그간 모르고 살았던 여성 자영업자들로부터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연구한다는 마음에 앞서서 연대한다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 같아요.”
 
-연구가 끝난 지금, 더 확장하고 싶은 주제나 질문이 있나요?
 
“내가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여성 자영업자들이 정말 많았어요. 앞으로 차차 자영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보고 싶고, 나아가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바쁜 와중에 단행본도 쓰고 계시고 유튜브를 시작하셨는데, 사실 자영업자는 홍보 마케팅도 다 자신의 몫이잖아요.
 
“SNS 관리를 비롯한 홍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죠. 안 하면 가라앉으니까. 기본이에요. 요즘 유튜브에 몸 쓰는 여성 기술자, 자영업자 영상이 많이 나오는데 다 찾아봤어요. 월 천만 원파/실력-성과파/사연파 등등 차고 넘치는 에피소드를 다 분석했는데 아직 나오지 않은 이야기, 저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행본의 경우 논문에 못 담았던 이야기들, 이를테면 자영업자의 노후나 지금 얘기 중인 디지털 노동 관련해서도 담아보려 해요. 올해 출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많이 알려야 더 열심히 쓰겠지요?”
 
기술자×사장×연구자×페미니스트 조영주 씨는 ‘남성들의 영역’, ‘노가다’ 그리고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은 일’이라고 불리는 영역에서 기존의 편견에 균열을 내며 자신만의 기술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필자 소개] 박지하. 석사를 하면 명쾌하고 선명한 정답들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나름 큰 돈을 써서 대학원 진학했다. 페미니스트들의 둥지 성공회대학교 실천여성학과에 와서 질문과 갈등, 불편함을 계속해서 옆에 남겨두고 뒤죽박죽 부딪히고 불화하면서도 살피며 살아가는 태도가 여성학을 하는 이유라는 것을 배웠다. 정답을 말하는 사람은 되지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