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불공정거래 수사에 필요
공모입증에 정황 증거는 부족
리니언시제도 활용 필요성 커
중수청 출범후 수사·기소 분리
첫 신고자, 담합수사 협조해도
처벌 예측 어려워 자백 주저
檢 ‘공소청에 판단권’ 靑 전달
관련사건 보완수사권 요청도
검찰개혁추진단도 논의 착수
검찰이 오는 10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담합 등 불공정거래 사건의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최종 판단 권한을 공소청에 둬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소권이 없는 중수청이나 경찰로서는 수사 초기 자진신고에 따른 형사상 혜택을 확정하기 어려운 만큼 기소권을 가진 공소청이 최종 판단 권한을 갖고 초기 단계부터 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대통령실에 공정거래 사건 처리 체계와 관련한두 가지 방안을 보고했다. 하나는 공소청에 공정거래 사건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보완수사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담합 사건의 리니언시 최종 판단은 공소청이 맡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처럼 보완수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공정거래 사건이 사실상 수사기관의 후속 보완수사를 거쳐 마무리돼왔기 때문이다.
통상 공정거래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장기간 행정조사를 벌인 뒤 과징금 처분과 함께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면 이후 기록 검토와 추가 압수수색, 소환 조사, 법리 검토 등을 거쳐 기소 여부가 가려지는 구조다. 별도의 인지수사라기보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실관계와 법리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에 가까워 후속 수사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담합 사건에서 리니언시 중요성은 특히 크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의 특성상 가격 인상 시점이나 입찰 결과의 유사성 같은 정황 증거만으로는 공모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업체 간 접촉 경위와 진술 조율 과정, 가격표나 입찰가 작성 경위 같은 내부 자료와 진술을 수사 초기 확보해야 실체 규명이 가능하다. 실제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는 CJ제일제당이, 그에 앞선 설탕 담합 사건에서는 대한제당이 각각 리니언시를 신청했다.
문제는 공소청·중수청 출범 이후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리니언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수청이나 경찰이 신고를 먼저 접수하더라도 형사처벌 면제나 불기소를 확정적으로 보장하기는 어렵다. 신고를 받는 기관과 최종 처분을 결정하는 기관이 다를 경우 신고자 입장에서는 어느 기관에 어떤 방식으로 협조해야 감면 혜택으로 이어지는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기업들 역시 먼저 신고하고도 기대한 수준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 검찰 관계자는 “리니언시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함께 있어야 실효성이 있는데, 기소권이 없는 중수청이 형사처벌 면제나 불기소를 약속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소청이 리니언시 판단을 맡아야 수사 초기 협조자를 확보해 사건을 신속히 매듭지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로서는 사건을 우선 공정위 단계에서 풀며 과징금과 행정처분 부담을 줄이는 쪽을 택할 유인이 크다. 이 경우 사건은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공정위 행정조사 절차에 머물게 되고, 형사책임 판단도 그만큼 뒤로 밀릴 수 있다. 설탕·밀가루 담합 사건은 검찰이 공정위보다 늦게 수사에 착수하고도 사건을 먼저 마무리한 사례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 단계에서 접수된 리니언시 정보가 수사 초기부터 공유되고, 공소청도 판단 과정에 계속 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소청이 형사 리니언시의 최종 판단 권한을 갖지 못할 경우 공정위 리니언시 제도에서 형사 고발 면제 관련 내용은 사실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는 검사와 공정위의 협업을 전제로 자진신고 기업이 형사책임 부담까지 덜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공정위가 중수청이나 경찰과 연계되는 구조로 바뀌면 이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 내부에서도 담합 등 고발 사건은 지금처럼 검사와 공정위가 협업하는 체계가 실무상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범부처 검찰개혁추진단도 이 사안을 주요 실무 쟁점으로 보고 조만간 관련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리니언시 : 카르텔·담합 가담자가 범행을 먼저 자진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이 기소를 면제하거나 구형을 감경해주는 제도. 검찰 리니언시는 대검 접수 순위를 기준으로 1순위 신고자에게는 기소를 면제하고, 2순위 신고자에게는 재판에서 구형을 50% 감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