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유방암에 걸린 노동자가 1심 재판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법원은 공장의 유해 물질과 교대 근무 등이 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1일 인권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대현 판사는 황모(41)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불승인 취소소송에서 이달 16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황 씨는 2003년 9월~2014년 5월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 반도체 조립생산라인에서, 2018년 3월~2021년 6월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사내하청업체의 반도체 클린룸 제조라인에서 근무했다.
황 씨는 이 과정에서 “각종 유해화학물질과 전리방사선 등에 노출돼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며 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에서 불승인 처분을 받게 되자 2023년 12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복합적으로 노출된 유해화학물질, 전리방사선, 과로, 교대근무 등 작업 환경상의 유해 요소가 (유방암을) 발병 또는 악화시킨 중요한 원인이라는 충분한 개연성이 증명됐다”며 “동료 근로자 진술 등에 비춰보면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이 근로자들이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할 안전설비 등을 충분히 갖추지 않았다는 가정이 불합리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황 씨는 반올림을 통해 “이번 결과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노동자에게도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작업환경과 제도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