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분 보증 추진]
美 DFC 재보험 모델 벤치마킹
사고 나면 보험사와 손실 분담
‘전쟁보험 풀’ 꾸려 지원 검토속
당국 “국가차원 재해보험 필요”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희망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재보험 지원에 나선다. 선박 파손이나 손실 시 보험사가 이를 보장해주는 대신 해당 보험사도 다시 보험(재보험)을 들어 위험을 분산하는데 현재 호르무즈 인근 지역의 변동성이 커 재보험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재보험에 들 수 없으면 선사의 보험 가입도 어렵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과 해양수산부는 일부 재정 보조를 전제로 하는 재해보험 신설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재해보험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일정 부분까지는 나랏돈으로 메워주는 방식이다. 정부가 재해보험에 부분 보증을 서주는 셈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으로 비유하면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호르무즈해협 통항에 필요한 보험은 글로벌 보험사를 통해 가입이 안 되고 있다”며 “한국에서 재해보험을 하는 전담 보험사를 통해 재보험 상품을 쉽게 가져가도록 해수부와 협조 요청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호르무즈 사태와 같은 국가 위기 상태에서는 국가가 재해보험을 좀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 내에서는 최근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내놓은 400억 달러(약 58조 원) 규모의 해상 재보험 프로그램 사례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00억 달러 가운데 200억 달러는 DFC가 순차적으로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처브·AIG·버크셔해서웨이 등 민간 보험사들도 추가로 200억 달러까지 손실을 보전해줄 예정이다. DFC가 보험 전문 기관은 아닌 만큼 인수 심사나 요율 산정과 같은 실무는 처브를 비롯한 협업 보험사들이 맡게 된다.
금융 당국은 이와 비슷하게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 국내 보험사를 한데 묶어 일종의 ‘보험 풀(insurance pool)’을 만드는 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보험 업계 안팎에서는 중소형 선사를 중심으로 보험 풀을 꾸리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 당국에서 전쟁보험 풀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원자력 보험도 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전쟁보험도 이와 비슷하게 꾸리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보험 풀을 꾸릴 경우 실무는 보험사가 담당하되 정부가 일종의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보험사들의 리스크를 분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인도 정부도 최근 이란 사태에 대비해 자국 보험사들과 함께 ‘바라트 해상보험 풀(Bharat Maritime Insurance Pool)’이라는 이름의 보험 풀을 꾸렸다. 인도 정부는 여기에 1300억 루피(약 2조 원)의 보증을 제공한다. 금융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같은 이슈는 이때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며 “요율 산정의 근거가 될 통계가 부족하다 보니 민간 보험사들이 보험 제공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정부가 최종 손해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선사들이 국내 보험사와 정부의 공동 재보험을 활용하면 10배 이상으로 치솟은 호르무즈 선박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 당국은 구체적인 재정 지원 방법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어느 기관을 통해 재해보험 손실을 보전할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재해보험과 관련해서는 관계부처와 이제 협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