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후 힘 얻은 이란 군부 반발로 하루만에 해협 개방 뒤집기 |
| 이란 수도 테헤란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광고판 모습 [EPA연합] |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발표한 지 하루만에 이란 군부가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함에 따라, 이란 내 온건파와 강경파의 갈등이 향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는 이란 군부 강경파가 대외적으로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정치 지도층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쪽에서는 이란과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어 합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란 내부에서는 여기에 반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이란 전문가 모하메드 아메르시는 “서방은 이란이 마치 명확한 지휘체계를 갖춘 국가인 양 행동한다”며 “외무부와 협상을 하고 그들이 상급 기관에 보고한 뒤 결정이 내려지면 끝이라는 식이지만 막상 결정적 순간이 되면 총과 드론, 고속정을 가진 이들이 논쟁에서 이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선언했던 것은 군부가 아닌 아라그치 외무 장관이었다.
베테랑 외교관이자 실용주의적인 성향인 아라그치 장관의 발표는 2주간의 휴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였을 수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동지역을 담당했던 마이클 싱은 “아라그치의 발표는 교착상태인 협상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의도로 이란이 합의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제스처는 이란 내에서 즉각적인 반발에 휩싸였다.
WSJ이 입수한 걸프만 지역 선원들의 대화 녹음 기록에 따르면 발표 당일 자신을 혁명수비대 소속이라고 밝힌 한 인물은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봉쇄돼있으며 통과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상 무전을 통해 알렸다.
그는 “우리는 어떤 바보의 트윗이 아니라 지도자 이맘 하메네이의 명령에 따라 해협을 개방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같은 시각 혁명수비대 산하 타스님 통신도 아라그치 장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책을 알린 것을 맹비난했다.
강경파 의원인 모르테자 마흐무디는 아라그치의 발표가 국제유가를 하락시키고 미국에 선물을 안겼다며 그를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WSJ은 혁명수비대 고위 자문을 인용해 이란 군부는 아라그치 장관이 이런 발표를 하기 전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은 데 분노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혁명수비대 조직이 여전히 전쟁으로 입은 손실에 대한 보복을 원하고 있으며 군사적으로도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