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대중(對中) 억지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의 군사 갈등이 다시 점화됐다. 17일 일본 자위대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를 놓고 중국 인민해방군이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지른 불에 타죽게 되는 것(引火燒身)”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日 함정, ‘시모노세키 조약’ 체결일에 대만해협 통과
일본 정부에 따르면 해상자위대 소속 구축함 이카즈치가 17일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자위대 함정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건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이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집권 후에는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필리핀 주관으로 20일 개시될 연례 합동훈련 ‘발리카탄’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라카탄 훈련은 미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연례 합동 군사훈련으로, 일본은 지난해부터 참관국(옵서버)을 넘어 정식으로 참가했다.
중국은 일본 자위대의 대만해협 항행이 명백한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는 18일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玉淵譚天)을 통해 일본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카즈치함의 번호인 107번과 더불어 대함미사일이 탑재된 장면이 포착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국이 일본 구축함의 이동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으며, 대만해협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본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날짜가 ‘시모노세키 조약’ 체결일과 같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895년 4월 17일 시모노세키 조약을 체결해 중국으로부터 대만과 랴오둥 반도를 빼앗았다. 이날 중국신문사는 “노골적이고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대만 독립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중국의 대응을 시험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日 함정 대만해협 통과, 군사대국화 의도”
중국은 이번 항행이 다카이치 정부의 군사대국화와 무관치 않다며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장샤오강(張曉剛)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중국 인민의 분노를 더욱 부추기고 일본의 도발적인 행동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를 더욱 굳건히 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일본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이 지른 불에 타죽게 되는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일본을 규탄했다.
한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과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18일 회담을 열고 호주 해군의 신형 함정 공동개발 사업에 서명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이번 계약으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최신예 모가미형 호위함 11척이 2029년부터 호주에 납품될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달 31일 규슈 구마모토현 등 육상부대에 최초로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한 데 이어 사거리가 약 1600㎞에 달하는 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호위함을 개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