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참모진-측근에게 들은 트럼프 속내
트럼프 “지미 카터, 이란 인질 사태로 선거 졌다”
軍 사상자 우려…이란 하르그섬 점령 작전 반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예상 못해…종전 두고 갈팡질팡
‘알라에 찬양을’ 게시글은 공화당 내서도 문제돼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속으로는 두려움과 씨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속내가 그의 오락가락한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일부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측근과 참모진의 이야기를 종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 대한 공개적인 허세 뒤로 두려움과 씨름하고 있다”며 이란 전쟁 기간 그가 노출했던 감정의 변화 등을 공개했다.
WSJ는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장면으로 미군 전투기가 격추돼 조종사 2명이 실종됐을 때의 상황을 꼽았다. WSJ에 따르면 그는 미군 실종 소식을 듣고 몇시간 동안 참모진에게 고함을 쳤다고 한다.
당시 그와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 이란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을 점거한 뒤 미국인 외교관과 직원 52명을 444일간 억류했던 1979년 이란 인질 사태가 자리잡았던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때 일어났던 일, 헬리콥터와 인질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것 때문에 선거에 졌다”며 “정말 엉망진창”이라고 말했다.
당시 지미 카터 행정부는 델타포스 등 특수부대를 통한 구출 작전을 시도했지만, 악천후로 헬리콥터와 수송기가 충돌하는 등의 사고를 겪었고 결국 작전에 실패했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당시 2차 오일쇼크 등 여파로 재선에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대를 즉시 투입해 인질들을 구출하라고 명령했지만 참모들은 그의 조급함이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회의장 밖으로 그를 데리고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조종사 구조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대신, 주요 내용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부상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작전에 대한 미군 투입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석유 수출 거점지인 하르그섬 점령에 반대해온 것이 대표적 예다. 그는 섬 점령으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 사상자가 지나치게 많을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반된 감정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특히 이란이 예상보다 빠르게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주변 국가를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오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흐름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에게 경제적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전쟁은 계속하겠다고 말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종전 전망에 대한 모순적인 메시지는 이란 전쟁 출구 전략에도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협상팀에 회담을 시작할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해놓고서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특히 부활절이었던 5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욕설을 내뱉으면서 ‘알라에게 찬양을’이라는 문구로 이란을 조롱하는 듯한 게시글을 올린 것은 내부적으로도 큰 문제가 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기독교 지도자들로부터 왜 부활절 아침에 ‘알라’를 거론했는지, 왜 욕설을 썼는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스타일은 장기적인 군사 분쟁에서 시험대에 오른 적이 없었다”며 “그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던 베네수엘라 작전의 성공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요구에 굴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훨씬 더 다루기 힘든 적인 이란과 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의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 코리 셰이크도 “우리는 놀라운 군사적 성과를 목격하고 있지만 그것이 승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세부 사항에 대한 관심 부족과 계획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업무수행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