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9일 만에 무사귀환
체중 줄어… 위장 낚싯바늘 제거
퓨마 탈출 등 유사 사고 되풀이
“굴 파는 습관 등 행동특성 반영
야생동물 관리체계 개선 필요”
지역선 늑구빵 제작 등 신드롬


지난 8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해 9일 만에 생포돼 무사귀환한 늑대 ‘늑구’가 안정을 찾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야생동물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동물의 행동 특성과 야생성을 충분히 고려한 사육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17일 생포돼 오월드로 귀환한 늑구가 위장에서 낚싯바늘을 제거한 후 회복해 오월드로 돌아왔다. 대전시 제공
19일 대전시에 따르면 늑구는 지난 17일 오전 0시44분쯤 중구 안영 IC 인근 야산에서 포획돼 오월드 늑대 사육장으로 돌아왔다. 귀환 이틀째였던 전날엔 분쇄된 소고기와 생닭 650g을 모두 먹어치우는 등 정상적으로 먹이를 섭취하고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 간 사육장을 떠나있었던 만큼 적응을 마칠 때까지 사육사와 수의사가 실시간으로 늑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늑구 탈출 8일째였던 지난 16일 오후 시민 제보가 들어오는 지역을 수색 중이던 당국은 오후 11시45분 열화상 카메라 드론에 늑구가 포착되자 긴급 포획 작전을 펼쳤다. 30여분 후인 17일 오전 0시17분쯤 안영IC 산내 방향 입구 오른쪽에서 수의사와 사육사 등이 늑구 위치를 확인했다. 당국은 오전 0시39분 마취총을 1발을 쐈고 오전 0시44분 포획에 성공했다.  
 
앞서 지난 14일 한차례 늑구와 코 앞 대치 상황까지 갔다가 놓쳐버렸던 전례가 있었던데다 늑구 건강 상태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수색당국의 포획 의지는 강했다고 한다.  
 
대형 전광판에 “돌아와서 고마워” 18일 대전 서구 둔산동 한 전자제품 판매업체 건물 대형 전광판에 ‘늑구야 돌아와서 고마워’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진세림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차장은 “마취총을 쏠 때 20m 거리였는데 늑구 움직임이 매우 빨랐다”며 “허벅지를 쏘려고 했으나 움직이면서 제대로 맞추지 못할 수를 계산해 목 부분을 겨냥했는데 다행히 허벅지에 명중했다”고 말했다. 늑구는 마취총을 맞고도 6∼7분 가량 비틀거리며 400∼500m를 이동했다. 그러다 마취가 된 채로 인근 수로에 떨어지면서 수로를 흐르는 물에 질식사 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긴급 포획됐다. 
 
늑구는 건강 확인을 위해 오월드 동물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 중 위장에서 2.6㎝ 길이의 낚싯바늘 1개가 발견돼 긴급 수술했다. 낚싯바늘 위치가 깊은데다 안쪽에 박혀있어 2차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내시경으로 낚싯바늘을 끄집어냈다.    
 
늑구 위에서는 나뭇잎과 생선가시 등도 함께 발견돼 물과 물고기 등을 먹으며 버텼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혈액검사 등에서도 양호한 편으로 건강상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늑구는 3만3000㎡(약 1만평) 규모에 이르는 야외 방사장형 사육장에서 가족들과 지내다 탈출했다. 그러나 굴을 파는 습성을 지닌 늑대의 특성이 탈출로 이어진만큼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현재의 사육 방식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현명 청주대 교수(동물보건복지학)는 “개과 동물인 늑대와 여우는 흙을 잘 파는 습성이 있다”며 “동물원이나 사육시설에서 통제된 상황에서는 무료함을 달래고 한여름의 경우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흙을 파게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수시로 굴을 파는 상황에서 울타리 주변에 굴을 파다 바깥쪽과 연결되다 보니 우리를 나가게 된거로 추정되는데 사람들이 동물원에 집어넣으려는 과정에서 겁을 먹고 도망간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런 특성을 살펴 사육장 보완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도 생태적 관점에서 야생동물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과거 퓨마 ‘뽀롱이’ 사살 사건 이후 근본적인 변화 없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됐다”며 “이는 개별 시설의 문제를 넘어 맹수를 포함한 야생동물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관리국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지난 8일 대전 오월드에서 빠져나간 늑대 ‘늑구’(2살)가 9일 만에 생포됐다. 대전 CBS 영상 캡처
이어 “늑구는 오랜 기간 사육 환경에서 지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탈출 과정에서 야생성이 분명히 드러났다”면서 “늑구도 단순한 재수용을 넘어 생태적 관점에서 재검토돼야 하고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늑구 탈출로 ‘쇼생크 늑구’, ‘소풍간 늑구’ 등 지난 열흘간 전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늑구 인기에 편승한 마케팅도 달아오르고 있다. 
 
대전지역의 한 빵가게는 ‘늑구빵’을 전날부터 생산, 판매하고 있다. 대전 오월드는 늑구 복귀 이후 관람객이 늘 것을 예상 사육장 점검에 들어갔다. 점검을 마치는대로 다음주 중 늑대 사파리를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늑구는 2008년 러시아 사라토프주에서 ‘한국늑대’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들여온 늑대의 3세대 후손이다. 2024년 1월 오월드에서 태어난 2살 수컷 늑대로 태어나 45일간 어미와 함께 자연 포육 됐고 3∼4개월 동안 인공 포육 된 뒤 다시 가족에 자연 합사됐다. 늑구는 지난 8일 오전 9시18분쯤 대전 오월드 사파리 철조망 밑 땅을 파고 탈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