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리 시의회는 데이터센터 관련한 토지 이용 신청 접수와 심사를 45일간 중단하는 조치를 최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미 주요 빅테크가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 인근 지역이지만,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전기와 물을 과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주민 우려가 커지면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시 당국은 이 기간 데이터센터 개발의 허용 범위를 검토해 세부 규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오클리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안이 주민 반발 끝에 무산된 적도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미국 곳곳에서 제동 걸리고 있다. AI 붐에 주 정부들은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세금 감면 같은 여러 혜택을 주며 유치 경쟁을 했지만 전력·물 소비만 늘리고, 기대했던 지역 경제 활성화나 고용 효과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주민 반발이 심해지자 다시 규제하는 것이다.
◇애물단지 전락한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는 AI 핵심 인프라다. 각국은 데이터센터를 계속 늘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정보를 집계하는 클라우드씬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 개수를 5427개로 추정하고 있다. 미 버지니아·텍사스·애리조나주 등은 한때 데이터센터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면세·감세 혜택을 주며 유치전을 벌여왔다.
그러나 최근 미 전역에서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갈등이 벌어졌다. 데이터센터가 전기와 물 먹는 하마가 되면서 자원 부족 문제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에 데이터센터 300여 개가 있는데, 해당 주민들은 더 많은 전기 요금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서부에 있는 7주, 4000만명 식수로 사용되는 콜로라도강에선 최근 지하수가 약 342억t 감소했는데, 데이터센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가 부작용보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순기능이 적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처음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때는 수백~수천 명이 필요하지만, 일단 완공되면 소수 운영 인력만 필요해 고용 증대 효과는 거의 없다.
데이터센터 확대 정책이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빅테크 기업을 백악관으로 불러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기업들이 자체 조달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최근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기 요금 상승을 둘러싸고 악화한 여론이 중간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데이터센터 규제 늘리는 州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발은 미국에서 전국적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비영리 연구기관 굿잡스퍼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 최소 12개 주가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를 검토 중이다. 작년 지역 사회 반발로 무산된 프로젝트의 잠재 투자 규모는 1520억달러(약 220조원)에 달한다. 지난 3월 발표된 미 퀴니피악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전국 성인 응답자의 65%가 동네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 메인주 의회는 지난 14일 20메가와트(MW)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2027년 11월까지 중단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전기 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중단시킨 최초의 주가 됐다. 20MW는 약 1만6000가구의 전력 소비에 해당한다. 메인 주는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18개월 동안 메인데이터센터조정위원회를 설립해 전력망 영향, 전기요금, 환경·수자원 부담을 연구할 계획이다.
오클라호마주에서도 2029년 11월 1일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메릴랜드주는 데이터센터 건설로 필요한 전력 인프라 업그레이드 비용을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버지니아주의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에서 추진된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는 주민 반대로 철회된 바 있다.
일부 주는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혜택을 줄이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15MW 이상 데이터센터에 대해 매출세 면제 혜택을 줬지만, 지난해 법을 개정해 혜택 기준을 100MW로 올려 사실상 소규모 시설을 혜택 대상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