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나노바나나를 성능으로 압도해 벽에 붙여버리겠다는 뜻인가”
최근 인공지능(AI) 업계에선 AI 이미지 생성 모델 ‘덕테이프(Duct Tape)’를 두고 이런 농담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이미지 생성 AI 모델 중 구글의 ‘나노바나나’가 최고였는데, 갑자기 등장한 ‘덕테이프’가 나노바나나를 웃도는 성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바나나를 덕테이프로 벽에 붙인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유명 설치 미술품을 빗대, 이름부터 구글의 나노바나나를 능가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본 것입니다.
덕테이프가 처음 등장한 곳은 여러 개의 AI 성능을 비교 평가하는 플랫폼인 LM아레나 AI입니다. LM아레나는 사용자가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블라인드 처리된 AI가 각각 결과물을 생성하고 어떤 AI의 결과물이 더 좋은지 평가를 받는 곳입니다. ‘AI들이 계급장을 떼고 성능으로만 붙는 곳’이죠. 이곳에 등장한 덕테이프는 그동안 다른 AI가 잘하지 못했던 한글 구현과 문맥에 맞는 디자인을 적용해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예컨대 ‘맑은 날씨에 시험 공부만 했다’는 내용으로 일기를 써달라고 하면, 줄 공책 위에 동그란 해 모양과 함께 손글씨체로 일기가 적힌 이미지를 만들어줍니다. 덕테이프가 생성하는 이미지는 실제 사진을 촬영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벌써 스레드 등 소셜 미디어에는 “(명령에 따라) 인터넷에서 사진을 다운로드받아 주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랍다” “AI 특유의 위화감이 사라졌다”는 반응이 쏟아집니다.
AI 업계에선 덕테이프가 조만간 공개될 오픈AI의 새로운 이미지 생성 AI 모델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오픈AI는 미국 기준 21일 새로운 이미지 생성 AI 도구를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는데, 이 모델이 덕테이프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덕테이프의 결과물을 본 사람들은 AI가 내놓는 생성 이미지와 실제 사진 구별이 사실상 육안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사진 광고 업계와 디자인 업계, 이미지 콘텐츠 업계는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한 사용자는 “(덕테이프를 사용해 본 후) AI 이미지를 구분할 수 있다는 그 작은 알량한 자존심마저 내려놓기로 했다. 이제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는 AI의 발전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진짜와 가짜, 인간과 AI를 구별하는 법이 필요해졌음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AI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AI 생성물 표시 제도와 진짜 사람인지 증명하는 인간 인증 마크 등도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