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하에서 핵심 요직을 거치며 실세로 부상했던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이 마두로계 숙청을 주도하며 권력 재편 중심에 섰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로드리게스가 마두로의 권력 기반을 해체하며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권력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정권 아래 외무부 장관, 경제재정부 장관 등 핵심 요직을 거친 로드리게스는 이후 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지난 1월 마두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의해 축출되자 “미국의 작전은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런 그가 탈(脫)마두로 선봉에 선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압송 이후 지난 3개월 동안 장관 17명을 교체하고 군 지휘부를 본인의 충성파로 재편했다. 마두로 정권 당시 임명돼 12년간 국방부를 지휘했던 파드리노 로페스 장관과 사정의 핵심이었던 타렉 윌리엄 사브 검찰총장 교체가 결정적이었다. NYT는 축출된 인사 일부는 비밀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으며 수도 카라카스를 떠나거나 해외 망명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 10여명은 NYT에 “보복이 두렵다”고 말했다.

마두로의 친인척을 겨냥한 숙청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국영 석유 사업에서 전면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언론 출연도 금지됐다. 마두로 가문과 유착해 부를 축적한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들 역시 체포·구금되는 등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그렇게 비워진 이권 공백은 로드리게스의 측근과 미국 자본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만이 유일하게 숙청의 칼날을 피했다. 경찰과 국세청 등 정부 기관에 퍼져 있는 그의 측근들도 자리를 유지했다. 카베요의 딸은 베네수엘라 신임 관광부 장관이 됐다. NYT는 “카베요는 본인을 ‘안정 보장자’로 포지셔닝해 생존할 수 있었다”며 “다른 관료들도 그의 길을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베요는 군과 경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수십 년간 권력 중추에 있었다.
로드리게스의 마두로계 숙청 작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숙청은 공식 설명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 백악관의 압박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에 로드리게스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과감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를 압송한 뒤 “협조하지 않으면 재공격하겠다”고 베네수엘라를 압박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당국자는 로드리게스의 통치를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상태에서의 집권”이라고 비유했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은 결과적으로 로드리게스에게 과거에는 건드릴 수 없었던 경쟁 세력을 제거할 기회를 제공했다. NYT는 “이는 트럼프와 로드리게스 모두에게 정치적 이익을 안겨줬다”며 “트럼프는 마두로 측 인사들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고 로드리게스는 권력을 공고히 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로드리게스가 반미 사회주의자에서 워싱턴의 협력자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NYT는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여전히 권위주의적이며 투명성·다원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베네수엘라 야권은 ‘로드리게스가 민주주의 복원이 아닌 자신의 권력 강화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