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선 ‘탈동혁’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지방선거 선수로 뛸 국민의힘 후보들 사이에서도, 장동혁 대표와 얼굴을 맞대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인기 없는 장동혁은 그만 나와야 한다”(초선 의원)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탈동혁’ 바람을 이끄는 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19일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박수민 의원, 윤희숙 전 의원과 오찬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의 선대위에 장 대표가 들어갈 공간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방미 중인 장 대표가 귀국한 뒤 선거운동에 함께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후보 중심의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지도부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전날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직후부터 ‘오세훈표 혁신선대위’를 강조하며 장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아닌 연두색 넥타이를 했던 오 시장은 19일에도 짙은 녹색 자켓을 입었다.
오 시장은 이날 “중도 확장 선대위”를 표방하며 박 의원과 윤 전 의원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귀를 반대하는 ‘절윤 결의문’ 작업을 주도했고, 윤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아 친윤석열계 인사의 인적 청산을 요구해 장 대표와 거리를 둬 왔다.
오 시장은 이르면 이달 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오세훈표 선대위’를 발족할 계획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시장 직무가 정지된다. 참모진에선 정식 후보자 등록일인 5월 14~15일까지 시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장 대표가 주도하는 당 선대위에 주도권을 뺏기면 서울 수성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탈동혁’ 움직임은 서울에 국한된 게 아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인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통화에서 “지방선거는 지역 선대위가 해야 한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반등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귀국 후 첫 지방 일정을 22일 강원도 방문으로 잡아놨지만 김진태 강원지사는 15일 SBS ‘주영진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장 대표가 오면 쓴소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지역구의 한 의원은 “오지 말란 얘기”라며 “장 대표가 없어야 이긴단 게 민심”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내에선 송언석 원내대표의 임기 만료(6월 15일) 전에 후임자를 5월에 조기 선출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6월 선거 참패 후 장 대표가 퇴진하면 혼란이 예상되니, 원내대표라도 미리 뽑아두자는 것”(초선 의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장 대표는 20일 새벽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같은 날 오전 국회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방미 성과를 설명한다. 장 대표 측은 “중도확장 선대위는 우리도 바라는 바다. 공천이 확정되는 대로 지역 방문에 나설 것”이란 입장이지만, 당내 기대감은 희박하다. 부산을 지역구로 한 의원은 “장 대표 리더십은 이미 수명을 다 한지 오래”라며 “부산 북갑 공천 문제, 대구시장 교통 정리, 경기지사 후보 찾기 등 난제를 장 대표가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