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년 후엔 대만에 1만 달러 넘게 뒤처질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왔다. 성장세가 더딘 가운데 지출은 늘면서 국가부채비율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19일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명목 기준)를 지난해(3만6227달러)보다 3.3% 증가한 3만7412달러로 예상했다. 2년 뒤인 2028년에는 4만695달러로, 1인당 GDP가 4만 달러(약 5871만원)를 처음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 4월 전망 때는 2029년에 4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1년 빨라졌다.
반면 대만의 올해 1인당 GDP는 지난해(3만9489달러)보다 6.6% 급증한 4만2103달러로, 한국보다 먼저 4만 달러 고지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은 2003년 이후 22년간 대만을 앞섰지만 지난해 약 3262달러 차이로 다시 역전당했다. IMF에 따르면 양국의 1인당 GDP 격차는 올해 4691달러, 내년 5880달러, 2028년 6881달러, 2029년 7916달러, 2030년 9073달러 등으로 매년 커진다. 5년 뒤인 2031년이면 대만(5만6101달러)이 한국(4만6019달러)을 1만 달러 넘게 앞설 전망이다. 인공지능(AI)발 수요 폭증을 등에 업고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고속 성장을 이어가면서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국제 순위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한국의 1인당 GDP 세계 순위는 올해 40위에서 2031년 41위로 한 계단 내려앉지만, 대만은 같은 기간 32위에서 30위로 두 계단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5년 뒤엔 양국 격차가 열 계단 이상 벌어지는 셈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AI 사이클 효과에 힘입은 대만은 국내 투자 역시 활발해 수출과 투자가 동시에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한국도 지속 성장을 위한 반도체와 AI 생태계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성장 속도가 경쟁국에 뒤처지는 가운데 나랏빚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IMF는 최근 발간한 ‘재정모니터(Fiscal Monitor)’ 4월호에서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 56.6%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非)기축통화국 11개국의 내년 평균치(55.0%)보다 높다. 올해까지는 비기축통화국 평균(54.7%)을 밑돌지만, 내년부턴 달라진다는 의미다. 비기축통화국은 경제 위기 때 환율 충격을 크게 받기 때문에 통상 기축통화국보다 엄격한 재정 건전성 관리가 요구된다.
한국의 부채비율은 2019년(39.7%)까지 40%를 밑돌다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45.9%로 급등했다. 증가 속도도 빨라, 5년 뒤인 2031년에는 올해보다 8.7%포인트 높은 63.1%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선진 비기축통화국 11개국 중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부채 비율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로 한국과 벨기에를 지목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17.4%포인트)·아이슬란드(-10.6%포인트) 등은 부채 비율이 오히려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경제 성장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물가 상승을 반영한 명목 GDP는 2020년 2058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663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앙·지방정부의 직접적인 빚을 의미하는 국가채무(D1)는 846조6000억원에서 1304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9.0%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