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심야 본회의 통해 지구당 부활과 광역 비례의원 확대를 골자로 한 지방선거제도 개편 법안을 기습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야4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학계에서는 정당법 개정안을 문제 삼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역 의원만 지역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낙선자나 원외 인사도 시·도당 하부 조직인 당원협의회·지역위원회에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야4당은 이 법안이 “사실상 지구당 부활”이라고 반발한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소수 야당의 반대에도 양당이 지구당 부활을 강행한 것”이라며 “양당이 현재 법상 금지된 지구당에 후원금을 걷거나, 유급 당직자를 두는 방안도 일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이번 개정에서 후원금 모금 허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추가 개정이 수순이라는 주장이다.
지구당은 2002년 이른바 ‘차떼기’로 불렸던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계기로 2004년 3월 정치개혁 차원에서 전면 폐지됐다. 최근 들어 정치 원외 신인의 지역 정치활동 보장과 온라인 중심의 팬덤 정치 제어를 위해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도 지구당 부활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방토호 세력이 ‘사랑방 정치’를 하거나 금권 정치로 지역을 좌지우지하는 부작용이 재발할 것”(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라는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론화 없는 한밤 기습 처리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 사이에 차별을 없애고 지역마다 풀뿌리 정치를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지구당 부활은 의미 있다”면서도 “22년 전 불법 자금 사건으로 폐지됐던 사안인 만큼 정치권에서 공론화 절차가 선행됐어야 했다”고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995년 공직선거법 내 관련 조항 신설 후 31년 간 유지된 광역의원 비례대표 정수 비율(현행 10%)을 14%로 올리기로 합의한 대로 법안이 통과된 것도 논란거리다. 거대 양당에만 유리하게 설계했다는 의심 때문이다. 정춘생 의원은 “지금 규모로는 호남은 민주당이 가져가고, 영남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는 식의 양당이 나눠먹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비례대표 의석(2022년 기준 93명)이 30명 가량 더 늘어나지만, 전국 16개 시·도로 나눴을 때는 지역당 1~2석에 불과해 양당이 비례 의석을 가져갈 확률이 더 커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두 당이 불리하지 않은 정도까지만 비례 의석을 늘린 것”이라며 “양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소수 야당을 패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김병기·강선우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공천 헌금’ 사태로 지방 의회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여야가 공청회 등 국민적 의견 수렴 절차 없이 광역비례 의원을 늘린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전날 법안 반대 토론에서 “국회 본회의 의결 30분 전까지,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을 뺀 5200만 국민들은 그 내용을 알 길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례 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양당이 숙의 과정을 거치기는커녕 깜깜이식으로 합의한 것은 상당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