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정말 로봇이 사람보다 빠르네.”
19일 오전 7시 30분. 베이징 이좡(亦莊)의 난하이쯔(南海子) 공원 결승선 옆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으로 출발 신호와 함께 로봇 선수가 폭발적인 스퍼트로 인간을 추월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올해는 로봇이 인간보다 빨리 결승선을 통과할 것이라던 소문이 현실로 눈 앞에 펼쳐지자 탄성이 쏟아졌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막해 올해 2회째를 맞은 ‘베이징 이좡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은 1년 간 이뤄진 중국의 기술 변화를 과시하는 현장이었다.
올해 우승 기록은 50분 25초. 1~3위 모두 1시간대 벽을 깼다. 이날 인간 남자 우승 기록인 1시간 7분 47초는 물론 하프마라톤 세계 신기록인 우간다 제이컵 키플리모 선수가 지난달 세웠던 57분 20초 기록도 깨뜨렸다. 지난해 이 대회 1위였던 유비테크의 ‘톈궁(天工) 울트라’의 기록은 2시간 40분 42초. 이좡 하프마라톤의 인간 기록은 지난해보다 5분 뒤처진 반면, 로봇 기록은 2시간 가까이 단축됐다.
1~3위는 아너(Honor, 중국명 룽야오·榮曜) 로보틱스가 제조한 산뎬(閃電) 모델이 휩쓸었다. 번개라는 뜻의 산뎬은 키 169㎝, 무게 45㎏으로 달리기 전용 로봇이다. 아너는 중국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모델에서 독립한 기업이다. 머리 부분을 없애고 고관절과 다리를 역삼각형으로 설계했으며 자율주행과 1.2배 시간 페널티가 적용되는 원격제어 분야 모두 출전했다. 주최 측은 “쿨한 메카닉 스타일 디자인에, 폭발적인 극한의 속도에 초점을 맞춘 외형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이날 대회에는 총 105개 로봇팀이 참가했다. 이들 로봇은 1만2000여명의 참가 마라토너들과 별도로 격리 조성된 전용 레인에서 30초 간격으로 순차 출발했다. 자체 카메라·라이다·관성 측정 장치 등에 의지해 상황을 인지하고, 움직임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주행 42팀,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원격제어 63팀 등 총 105개 팀이 참가했다. 항저우의 여섯 마리 용으로 유명한 유니트리의 H1 모델과 아너가 출발선의 선두 1~14번째를 차지하며 달리기 로봇 패권을 다퉜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휴머노이드 기업 유비테크의 톈궁은 지난해 1위 수성을 노렸으나 역부족이었다. 주최 측은 독일·프랑스·포르투갈·브라질 등 해외 5개 팀이 참가했다고 밝혔지만, 중국팀에 가려 존재감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좡 마라톤 조직위는 세계 최대의 자율 휴머노이드가 참가한 하프마라톤으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지만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아너의 산뎬 로봇 한 대가 결승점을 통과한 뒤 카메라 기자 부스로 질주해 가드레일과 충돌하며 넘어지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다만 1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생방송된 CC-TV 5 중계 화면에 충돌 장면은 방영되지 않았다. 또 제일 먼저 출발한 제잉츠투(絶影赤兎)팀의 로봇은 결승선을 약 200m 앞두고 옆의 가드레일과 충돌했다. 이후 48분 19초로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했지만 원격제어 1.2배 패널티가 적용되면서 최종 57분 기록으로 1~3위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차오밍궈(趙明國) 칭화대 자동제어학과 교수는 이날 취재진에게 “로봇이 인간보다 빨리 달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자율 능력과 안정성, 발열 문제 해결 등 1년 사이에 이뤄진 기술적 진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출전한 중국 로봇의 거의 모든 부품이 중국산”이라며 미·중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장 모 씨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관전”이라며 “기록은 물론 결승선을 통과한 로봇이 1년 새 부쩍 늘어난 만큼 내년에는 어떤 놀라움이 펼쳐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