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 가능성 확인…미국산 수입 확대 등 공급망 다각화도이란 군부가 18일(현지시각) 중동 에너지 운송의 관문인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하고 해협을 재봉쇄하면서 글로벌 유가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와 정유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과 홍해 우회항로를 통한 원유 공급 가능성을 확인하고,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등 공급망 다각화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일시적 개방과 상선 항행 허가를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해협 폐쇄”로 입장을 뒤집으면서, 한국행 유조선을 포함해 해협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배들은 다시 발이 묶였다. 이에 따라 중동 원유 수송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서쪽 얀부항에서 홍해를 거쳐 이동하는 ‘우회항로’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앞서 사우디 얀부항에서 선적한 원유를 실은 국내 한 정유사의 원유 운반선은 이 경로로 홍해를 무사히 통과했다고 해양수산부가 지난 17일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소식을 공유하며 “호르무즈해협 봉쇄 후 처음으로 우리 (국적) 선박이 홍해를 통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운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이번 우회 수송이 정부의 전격 승인으로 이뤄진 점과 아람코(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계열이 아닌 정유사가 수혜를 입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을 이유로 홍해 통항에 부정적이던 정부가 해수부의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바탕으로 통항을 허가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람코 자회사인 에쓰오일(S-OIL) 외에 에스케이(SK)에너지, 에이치디(HD)현대오일뱅크, 지에스(GS)칼텍스 등 정유 3사로의 중동 수입 물량 확대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얀부항의 송유관 수송 능력이 하루 500만배럴 수준에 불과해 기존 중동 물량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를 통한 근본적인 공급망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산 원유는 묽고 가벼운 경질유 위주여서 국내의 중질유 처리 설비와 호환성 문제가 있고 희망봉 우회에 따른 운임 부담도 크다. 하지만 중동 수급이 마비된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대안으로 꼽힌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산 원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무관세 반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 역시 정유업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원유 운송비 차액 지원 등 원유 도입처 다변화 지원 제도를 강구하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19일 보도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미국 비중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중질유 위주의 국내 설비 특성 때문에 경질유 비중이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추가적인 설비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 등의 우려를 전달하며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