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시·도당 하부 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돕기 위해 당원협의회 또는 지역위원회에 사무소 1개를 둘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4년 ‘오세훈법’에 따라 지구당이 폐지된 이후, 낙선한 원외 정치인들이 지역에서 유권자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진 차별적 현실을 개선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법이 통과되자마자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이 된 과거 지구당의 폐해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되는 만큼, 정치자금의 투명한 관리 등 철저한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이다.
원외 정치인들이 지역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을 트럭으로 주고받은 이른바 ‘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지구당이 폐지된 이후 22년 만이다. ‘돈 먹는 하마’로 불리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지구당을 아예 폐지해버리면서 상향식 민주주의와 풀뿌리 정치의 기반까지 허문다는 지적이 여야를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결과다.
특히 폐지된 지구당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 당원협의회 등을 운영할 수 있게 하면서도 사무소 설치는 금지한 것은 형평성 논란을 낳기도 했다. 현역 의원들은 후원회 사무실을 당원협의회 사무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원외 위원장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원외 위원장들은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기 위해 연구소나 포럼 등의 명목으로 사무소를 운영하는 ‘편법’까지 동원해야 했다. 이번 법 개정은 불법과 합법 사이 칼날 위를 걷는 심정으로 지역 정치를 해왔던 원외 위원장들에게 숨통을 트여준 것이다.
다만 이번에 법 개정을 하면서 사무소 운영 등을 위한 후원금 모금 등은 할 수 없도록 한 점은 한계로 보인다.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이 된 지구당 부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이는데, ‘지역 사무소 운영비는 어떻게 충당하라는 것이냐’는 질문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시·도당 지원을 통해 자금 충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소수 정당보다는 자금 사정이 좋은 거대 양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안이다. 또 시·도당 지원만으로 과연 지역 사무소 운영비를 모두 충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후원금 모금을 금지한 것이 도리어 불법 정치자금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보완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정치자금의 투명한 회계 관리 등을 통해 국민의 우려를 씻는 노력에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