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이 휴전 종료 시한을 불과 이틀 앞두고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갯속이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봉쇄했고 미국은 선박 나포와 공습 재개 가능성을 공언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종전 협상의 성공을 간절히 기대하는 건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의 피해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환율 충격은 이미 곳곳에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당장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면서 각종 플라스틱과 건설 자재, 먹거리 등이 들썩이고 있다. 주사기와 수액 튜브가 부족한 병의원, 파종기 비료가 필요한 농가, 페인트와 혼화제 공급이 달리는 건설 현장 등에 비상이 걸렸다. 식료품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까지 높아지면 물가를 잡는 건 훨씬 어려워진다. 고유가 충격이 식자재와 개인 서비스, 가공 제품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고유가는 호르무즈해협의 봉쇄가 풀려도 단기간에 완화되기 어렵다. 오늘 당장 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기뢰 제거 등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과 무역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최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나아가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외신과 한 인터뷰에서 “파괴된 원유 생산·정유 시설의 정상화까지는 적어도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도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 회복세가 서서히 나타나는 시기에 이번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우려했던 대로 19일 발표된 기업과 가계의 경제심리지수는 일제히 우하향 추세다. 산업연구원 조사를 보면 국내 1500개 제조업체의 올해 2분기 경기 전망 지수는 기준점(100) 이하이고 수출 전망은 전 분기보다 더 낮아졌다. 고유가 장기화와 글로벌 교역 둔화 우려가 깊어진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2분기 소매유통업 전망 지수도 부진 전망이 더 많아졌다.
지금까지의 전쟁 충격만으로도 우리 경제와 민생에 미칠 후폭풍은 적지 않다. 재정경제부는 4월 경기 진단(그린북)에서 다섯달 연속 이어오던 ‘경기 회복’ 표현을 빼고 하방 위험을 거론했다. 성장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물가와 경기 대응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게 필요하다. 경제 주체 모두가 ‘위기 대응은 이제부터’라는 각오로 전쟁 충격을 최소화하고 우리 경제의 회복력을 유지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