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에 좋다고 술래나 돌자
김홍조 지음 / 그루 펴냄‘살바도르 달리 표 상상력 공작소’에 이은 김홍조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다. 신문사 편집부 기자 출신으로 계간 ‘시에’로 등단한 시인의 체험에서 우러나는 정감과 상상의 깊이가 시 읽는 맛과 멋을 느끼게 한다. 시 곳곳에 풍자와 아이러니, 위트의 묘미가 숨겨 있다.
시인은 세상의 모든 만남은 우연으로 오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노래한다. “낯섦에서 오는 당혹감일랑은 / 오목눈이가 뻐꾸기 알을 품듯 / 가슴으로 꼬옥 안아 주시기를”(‘청계산 진달래’ 중) 바라는 이유다. 김 시인은 꽃과 바람, 물소리 같은 장면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조건이 되는 연기(緣起)의 삶을 말하며, 모든 살아있는 건 혼자서는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짚는다.
허형만 시인은 김 시인을 “곁에서 속삭이는 사소한 개천물 소리가, 네 생의 응원가”(‘조팝꽃에게’ 중)라는 저자의 시처럼 불교의 선정(禪定), 우주와의 합일(合一)을 노래한다고 평한다. 또한 다미안 신부 이야기인 ‘우리 문둥병자들’처럼 세상의 존재는 우연으로 오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만남의 연기를 되새기게 한다고 말한다. 김 시인의 시는 엄숙하지 않다. 잔잔한 음악처럼 언어가 서로 어울려 시경(詩境)을 넘나들며 사유의 진폭을 넓힌다. 전장석 시인은 “김홍조의 시편은 ‘늙은 인디언의 지혜’로 ‘곡강을 타고 흐르던’ 그가 마침내 건낸 ‘발랄라이카 칵테일’이다. 쇼스타코비치가 자진모리로 서울역 지하도에서 깡소주를 마시며 시경의 바람소리 ‘삽삽’을 엿듣고 있다”고 했다.
혹독한 추위가 가고 찾아온 화사한 봄날, 따뜻한 시어와 가볍고도 깊은 울림으로 가득찬 시집을 읽는 건 분명 행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