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사실상의 지구당 부활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을 지난 18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통과시켰다. 소속 국회의원이 없는 지역에도 정당이 지역 조직인 당원협의회나 지역위원회 사무소를 둘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이를 놓고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계기로 2004년 폐지된 지구당 부활 수순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양당은 “사무소 설치만 허용한 것이지 지구당 부활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과거 지구당에서 가능했던 후원금 모금 권한을 이번에는 제외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조직이 갖는 의미를 간과한 주장이다. 지금도 지역 정치에선 자금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 기반이 탄탄한 거대 양당이 당원협의회나 사무소를 중심으로 조직력을 더 확대할 경우, 소수 정당이나 신진 정치세력의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방정치의 또 다른 부패 그늘이 될 수도 있다. 조국혁신당 등 소수 정당들이 “양당 중심 정치 체제를 고착화시키는 조치”라고 강력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구당은 과거 불법 정치자금과 지역주의 정치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폐지된 제도다. 그만큼 부활 여부는 신중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했다. 그러나 이번 입법 과정에서는 그런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법안은 충분한 토론이나 여론 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새벽 시간대에 처리됐다. 민주·국힘의 ‘짬짜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법안에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양당이 정작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는 이처럼 속도를 내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정치의 민낯을 드러낸 듯 하다. 누구를 위한 입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배제한 방식으로는 어떤 개혁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같은 날 통과된 비례대표 광역의원 정수 확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낳는다. 충분한 설명과 보완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정당법 개정안’은 또 하나의 불신만 남길 것이다. 여야는 이제라도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 왜 서둘렀는지, 부작용은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지 등을 분명히 설명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