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년 뒤에는 대만보다 1만달러 이상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7412달러로 예상했다. 반면 대만은 4만2103달러로, 한국보다 약 4700달러 앞서며 올해 먼저 ‘4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IMF는 격차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았다. 5년 후인 2031년에는 1인당 GDP 간극이 무려 1만달러 이상 벌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대만이 1인당 GDP에서 지난해 한국을 22년 만에 추월한 후 그 격차를 빠르게 벌려가는 양상이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대만의 질주는 우연이 아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라는 흐름에 정확히 올라탔다.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축으로 한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했고, 설계와 생산 투자 그리고 수출이 맞물리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구조에 갇혀 있다. AI 시대의 핵심은 데이터 처리와 시스템 역량인데, 우리는 생산 경쟁력에 안주하며 설계와 플랫폼,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과실은 있었지만, 미래를 위한 토대는 충분히 쌓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격차다. 더 큰 문제는 격차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술과 산업 생태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IMF의 예측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수출 확대나 생산 증가로는 이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 격차는 이미 구조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고, 이를 바꾸지 못하면 뒤처짐은 고착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규제와 이해관계의 벽에 막혀 변화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기업 입법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민간의 투자와 도전을 가로막는 장벽을 걷어내고, 자원을 미래산업에 집중시키는 정책 전환이 화급하다.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역시 단기 성과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장기 경쟁력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혁신을 우습게 본 대가는 이미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속도와 결단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산업 구조를 다시 짜고 기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