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 봉쇄’ 놓고 외무부-혁명수비대 엇박자 중
페제시키안 “어떤 핵범죄? 美 말 못해” 명분론
“168명 학생 살해 등 어떤 자유인도 용납 못해”
“우린 정당방위중…어떤 분쟁도 시작 안할 것”
반정부매체는 주변국 타격·3국 해상공격 지적
이란 정권의 강경파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로 긴장을 높인 가운데, 비교적 온건성향인 대통령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명분을 꼬집으면서도 “현재 상황에 어느 쪽도 공격할 의도가 없다”며 협상 노선을 견인하려는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간) 이란 준관영 통신 ISNA 등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한 행사에서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핵권(핵 개발 주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말하지만, 어떤 죄를 저질렀단 건지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다”며 “도대체 그가 누구라고 한 국가의 법적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고농축 핵물질 반출 요구에 ‘핵 권리’를 내세워 맞선 셈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우리는 피에 굶주린 잔인한 적에 맞서야만 한다”며 “과학자 암살, 과학 센터 공격, 무고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은 행위, 그리고 168명의 학생들이 살해(여성 초등학교 폭격)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세상의 어떤 자유로운 인간도 이러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 저항 명분을 내세우되 대내 메시지도 이어졌다.

그는 “이란은 전쟁을 확대하려 하지 않으며, 어떤 분쟁도 시작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시작하지 않을 거다. 우리는 어떤 나라도 (선제)공격하지 않았으며 현재 상황에 어느 쪽도 공격할 의도가 없다. 오직 정당방위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전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도록 분위기를 관리해야만 한다”고 했다.
다만 반체제성향 위성채널 ‘이란인터내셔널’은 같은 날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보도하며 “분쟁 기간 동안 이란은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라크, 터키, 영국 해외 영토인 아크로티리와 데켈리아, 그리고 서안 지구를 포함한 지역 전역에 걸쳐 공격을 감행했다. 아제르바이잔에서도 유사한 활동이 보고됐다”며 “해상 목표물엔 태국 국적 선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제3국 공격 사실을 상기시켰다.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적으로 개방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18일 오후부터 IRGC는 인도 국적의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각 1척에 대한 사격으로 위협하며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미국의 이란 연루 선박 해상봉쇄가 해제되기 전까진 재개방이 없을 것이라고 번복하며 이란 지도부 내 의견 불일치를 노출했다.
지난 11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2주 휴전’에 합의한 미국과 이란 고위급이 이슬라마바드에서 47년 만에 만나 종전 협상을 시도했지만 21시간 만에 불발됐다. 2차 회담 날짜는 미정인데, 파키스탄은 수도를 다시금 ‘보안 요새화’하면서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 협상 쟁점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호르무즈 해협 개방, 대이란 제재 해제, 이스라엘-헤즈볼라(레바논 내 무장정파) 전쟁 중단 등이 꼽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현지시간 20일 회담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