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무역에선 스테이블코인에 의한 패러다임 전환이 화두다. 많은 중개 기관과 서류 작업, T+2 또는 T+3이라는 그간의 비효율을 스테이블코인이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출입 기업들은 복수의 중간 은행을 거치면서 시간 지연(1~5영업일)과 2~7%의 수수료, 무역금융(LC, 공급망 금융) 등 애로가 많았는데, 이 틈새를 스테이블코인이 파고들고 있단 얘기다.
우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무역 결제·금융 현황을 살펴보자. 한마디로 규모는 작지만, 속도는 대단히 빠르다. 2020년 스테이블코인 활용은 총무역 결제·금융(10조 달러)의 0.4%에 불과했지만, 2025년엔 전체(13조 달러)의 2.7%로 5년 만에 6배 이상, 연평균 70%의 급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스테이블코인이 무역 결제의 새로운 표준으로 급부상하고 있단 평가다.
그럼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무역 결제·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비용의 획기적 절감이다. 기존 SWIFT 망을 통한 해외 송금은 결제 대금의 3~7%에 달하는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거래 규모와 상관없이 네트워크 수수료(가스비)만 내면 되기 때문에, 운영비를 80% 이상 낮출 수 있다.
둘째, 실시간 정산 및 24시간·365일 가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위·변조 방지와 추적이 가능해서 확인 과정과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은행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즉시 결제할 수 있어, 그만큼 기업의 자금 회전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 수출입 통관의 효율성 제고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예컨대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면, 선적 확인, 통관 완료, 서류 제출 등 조건 충족 시, 자동으로 결제되는 구조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 이상 시간을 줄이고 15~30%의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와 있다.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전문가들은 시간 단축, 비용 절감 같은 양적 효과는 물론, 공급망 금융의 투명성 강화 등 질적 효과도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블록체인상에 모든 거래 기록이 남기 때문에 대금 지급 증빙이 투명하고, 이는 금융기관이 수출입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강력한 백업자료가 되는 까닭이다. 또 중소기업의 무역 장벽 완화도 효과 중 하나다. 신용장 개설이 어려운 중소기업들도 스마트 계약을 통해 안전한 대금 상환 인도(DvP) 방식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외환 리스크 관리의 효율화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다. 결제 완료까지 수일 걸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즉시 결제기 때문에, 송금 기간 중 발생하는 환율 변동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대표 사례로는 어떤 게 있나. 우선 대기업의 경우 대형 금융사와의 협력 강화가 눈에 띈다. 예컨대 해운 물류업의 대표 기업인 머스크는 씨티은행과 스마트 계약을 통한 은행 보증 지급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선박이 목적항에 기항하면 계약 조건이 자동 충족되어 보증금이 즉시 해제·이전되는 구조여서, 서류 검토 작업 등에 소요되던 2~3일이 수분 이내로 단축됐다고 한다. IT·제조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SBI홀딩스와 협력하여 일본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JPYSC)을 발행, 무역 결제 및 송금 시간을 수 분 내로 단축하는 실험을 완료했고, 독일의 지멘스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서류 확인과 대금 정산을 동시 처리하는 DvP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외에 자동차 업계의 벤츠와 폭스바겐, 글로벌 유통 1위인 월마트, 우리나라의 삼성도 이미 참여하고 있거나 시스템 구축 단계라고 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어떤가. 중소기업은 대기업 대비 신용도가 낮고 수익 구조도 취약해서 기존의 해외 송금 수수료(3~7%)나 원자재·부품 수입에 따른 환리스크 헤지 비용 부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선 접근성(낮은 진입 장벽)이 좋고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페이팔이 활용도 1위, 글로벌 B2B 무역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스테이블코인(USDC) 발행업체 서클이 2위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무려 45%로 높은 국가다. 지속 가능한 수출경쟁력 유지·제고를 위해서라도 무역 결제·금융 시스템에서의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적극 고려할 시점이란 생각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