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AC)는 벤처생태계 가장 초입에서 초기기업을 발굴하고, 자금을 집행하며, 보육과 성장을 함께 이끄는 중요한 투자 주체다. 그들은 고위험 시장에 선행투자하고, 시장에 신호를 보내며, 후속투자 마중물 역할까지 수행한다. 그러나 정작 이들 상장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단순한 수익성 부족 문제가 아니라, 상장 심사 기준이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현재 상장 심사 기준은 본질적으로 재무성과 중심이다. 일정 수준 이상 매출, 이익, 자본금 또는 기술평가에 따른 특례요건 등을 충족해야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확장 모델에는 적합할 수 있으나, AC처럼 리스크 선투자와 장기 회수를 전제로 하는 비즈니스에는 부적합하다. AC 수익모델은 느리고 간헐적이며, 회수는 5년 이상 장기화된다. 그러나 지금의 상장 기준은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대표 사례가 씨엔티테크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다. 두 기관 모두 수십 건의 초기투자를 집행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공헌했지만, 상장 예비심사에서 반복적으로 좌절됐다. 그 이유는 회계상 이익 불확실성, 불규칙한 투자 회수, 낮은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 비표준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표들은 AC 구조적 특성과 일치하지 않는다. 심사의 관점이 '지금 얼마를 버느냐'에 집중돼 있으면, 본질적으로 AC는 시장에서 제값을 인정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단순하다. AC를 벤처캐피털(VC), 증권사 등 금융기관과 동일 선상에서 심사하는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AC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기반시설에 가깝다. 이들은 창업자와 함께 시장에 진입하고, 창업자 성과에 따라 수익을 나누며, 투자 실패를 감내하는 구조다. 이들 성과는 재무제표 이전에 '누구를 발굴했고, 얼마나 보육했고, 얼마나 후속 투자를 유치시켰는가'라는 지표로 봐야 한다.
심사기준 개편의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누적 보육기업 수, TIPS 선정 기여도, 고용창출 효과, 후속 투자 유치율 등을 종합한 생태계 기여 지표를 신설해야 한다. 둘째, AC 회수구조가 장기임을 감안해 단기 이익보다 장기 파이프라인 성과(예: IRR 예측, 회수 건수 추이 등)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셋째, AC 리스크 감수 역량과 사회적 파급력(예:지역 창업 활성화, 초기 자본 공급 역할 등)을 반영하는 비재무적 심사 항목이 필요하다.
상장이라는 제도는 시장의 문을 열기 위한 자격심사다. 하지만 문이 지나치게 좁다면, 자격을 갖춘 이들도 들어올 수 없다. AC 상장 심사 기준은 그 철학부터 재설계돼야 한다. 초기기업을 평가할 때 성장성과 가능성을 보듯이, AC 역시 단기 성적표가 아닌 생태계적 위치와 파급력을 중심으로 평가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준이 맞지 않으니 안 된다'는 태도였다면, 이제는 '누구를 위한 기준인가'를 되묻고, 거기에 맞춰 기준을 조정할 시점이다.
AC 상장은 단순히 한 조직 스테이지업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 초기 투자에 대한 제도적 신뢰 회복이며, 민간 투자자 출구 전략 마련이고, 나아가 벤처생태계의 구조적 선순환 회복이다. 생태계를 진심으로 살리고 싶다면, 먼저 AC가 시장 한복판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제도라는 문부터 열어주어야 한다. AC는 지난 10년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왔고 지난 투자혹한기를 겪으며 자기자본 비율이 현격히 낮아졌다. 바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AC1호 상장은 AC들의 투자유치를 통한 자기자본 조달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고 이는 결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초기투자 자본으로 수혈될 것이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