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현직 교수의 자기 진단은 요즘말로 뼈를 때렸다. 30명 남짓 수강생들에게 레포트 과제를 받아보니, 예외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제미나이, 챗GPT 등 인공지능(AI) 엔진만 달랐을 뿐 하나같이 AI 레포트였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이런 현상이 굳어지면 수능 점수로 갈렸던 학교와 학생 수준 판별이 무의미해질 것이라 했다. 같은 구성, 같은 답만 내놓는데 거기서 학생들의 우열을 가릴 수 있겠냐는 것이다.
자연히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이 교수가 그 레포트 과제에 어떻게 점수를 매겼는지다.
돌아온 답은 현상처럼 미묘하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다른 구성을 가진 레포트를 우선 추렸단다. 그리고 조금 엉뚱하더라도 학생 개인의 생각이나 의견이 들어간 것에 가장 좋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한 미래학자가 2030년까지 AGI(인공일반지능)시대가 올꺼라 했다. 특정분야에 학습되고 훈련된 AI가 아니라, 그냥 일반 AI도 인간 능력을 월등히 뛰어넘는 시대라 한다.
과연 그때가 돼도 대학 전공 구분이 유효할까? 거기서 과연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까? 차라리 에어전트AI 하나를 잘 구성해 활용한다면, 대학 아니라 박사 졸업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아닌가.
AI가 몰고 온 대학 교육과 취업의 변화는 특히 현시대 그들에게 가혹하다. 그리고 AGI를 넘어 ASI(인공슈퍼지능)까지 밀어닥치면 지금 자라나는 1세~10대들에게도 판이 바뀌는 변화를 안겨줄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은 2022년 이후 4년간 우리나라 15~29세 청년층 일자리가 25만5000개나 사라졌다. 이중 AI노출도라고 하는 업무 성격이 AI로 대체되거나 중첩될 수 있는 특성이 강한 일자리 25만1000개가 없어졌다. 한은도 AI 확산과 이들 청년 대상 일자리 상실이 '강한 상관관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ASI시대로 발전하면서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들 직업이나 일자리는 AI에 의해 줄어들거나, 종국에는 사라질 것이 필연이다. 이를 탄식하고 세상탓 해봐야 소용이 없다.
AI에 의존해 전공 과정을 마쳤다손 치더라도 대학 졸업 뒤 취업을 하려니 AI가 그 전공 관련 직업을 없애버릴 텐데 어쩌겠는가.
지금부터라도 AI처럼 일목요연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독특하고, 다른 생각을 정리해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그래야만 AI가 없애버리는 직업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업이나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미 세상에는 AI를 활용해 직원 한명도 안쓰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1인회사들이 넘쳐난다. AI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대학 재학 중 창업해 비즈니스를 키우는 학생들이 생겨난다.
이른바 'AI 능력자'들은 세상의 변화가 더 심각하고, 주변의 일자리가 사리진다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애초부터 AI를 같은 답을 써주는 도구로 활용하지 않았다. 남과 다른 나의 차이를 더 키워주는데 AI 능력을 빌려 쓴다.
AI에 묻지 말고, 내 직업을 만들어가는 힘과 도구로써 AI를 활용하라. 그러면 아무리 AI로 일자리가 줄어도 내 일은 줄지 않을 것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