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이 대규모 실직을 초래할 것이라는 공포와 달리, 실제 일자리 퇴출 규모는 1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부분의 직무는 소멸하기보다 AI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업무 구조가 완전히 재편되는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3년 내 미국 내 일자리의 절반 이상(50~55%)이 AI의 영향권에 들어가지만, 직무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비중은 10~15%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직무의 특성에 따라 AI가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콜센터 상담원처럼 업무 자동화가 비용 절감으로만 이어지는 '대체형' 직무는 인력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같은 '보강형' 직무는 AI 덕분에 개발 비용이 낮아지면 오히려 기업의 시스템 개발 수요가 폭증하면서 고용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AI 중심 기업의 엔지니어 인력은 최근 연평균 6.5%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가져가는 대신, 인간에게는 복합적인 정보 통합과 고도의 의사결정 능력이 요구되면서 근로자의 '인지 부하'는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신입급 인력의 진입 장벽은 높아지는 반면, AI의 결과물을 감독할 수 있는 숙련된 시니어급 인력에 대한 기준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BCG는 기업들이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감축의 수단으로 삼는 '복사 붙여넣기'식 전략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오히려 조직의 생산성과 장기적인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주 BCG 코리아 MD 파트너는 “기업들이 기술 도입 그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사람과 AI가 각자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재정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생산성과 의사결정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업무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