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전쟁 땐 56일간 2000원대
중동 본토 타격·협상 난항 등 인상 요인 많아
“6월 중순까진 상승 전망” 기록 경신 가능성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2000원 시대’가 열렸다. 최고가격제 효과로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불안한 호르무즈 해협 상황 등 인상 요인은 여전하다. 업계 안팎에선 최소 6월까지는 휘발유 가격이 200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19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1.93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0.42원 오른 수치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0.31원 오른 ℓ당 2036.03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의 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ℓ당 2598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 ℓ당 2001.51원을 기록하며 2000원을 넘어섰다.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에 진입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7월20일(2002.16원) 이후 3년 9개월만이다. 당시엔 5월26일(2001.53원)부터 7월20일까지 56일간 2000원대를 유지했다.
업계에선 당시 기록이 올해 깨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최소 6월 중순까지는 2000원대 휘발유 가격이 이어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2022년 전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일부였지만 이번엔 중동 본토에서 충돌이 일어났다는 점이 큰 차이다.
영국 에너지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러시아 하루 석유 생산량은 1075만2000배럴이다. 전 세계점유율은 11.10%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란·이라크 등 이번 전쟁 영향권에 있는 중동 국가의 2024년 하루 석유 생산량은 3011만9000배럴로, 전 세계 물량 중 31.09%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사우디와 UAE 정유 시설이 공격을 받았는데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복구엔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유가 상승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도 악조건으로 꼽힌다. 나아가 종전이 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시각이 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해협 안쪽에 갇힌 선박이 하루아침에 빠져나올 수 없다”며 “전쟁이 끝나도 유가가 전쟁 발발 전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석유 최고가격제도 향후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3차 최고가격 동결 시행을 발표하면서 지난 2주간 국제유가만을 최고가격제 설정에 반영했다면 경유는 300원, 등유는 100원, 휘발유는 20원 정도 상한선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유사 부담이 누적된 만큼 오는 24일 시행 예정인 4차 최고가격 설정 땐 소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최고가격제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가격을 건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석유라는 핵심 재화의 특수성과 취약계층의 타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금의 최고가격제는 비정상적인 전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일 뿐”이라며 “이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제도를 종료시키는 것이 정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