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2회째, 작년 21대서 300여대로 양적 폭발
자율주행·원격조종 2가지 중 40%가 자율주행
21km 아스팔트·커브·경사로·잔디·자갈길 달려
우승 ‘2시간40분’서 큰폭 단축…로봇 상용화 박차

19일 베이징에서 열린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아너가 제작한 로봇이 약 21km를 자율 주행 방식으로 50분 26초 만에 주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 로봇들은 1년 만에 인간 마라토너 기록을 추월하며 기술 진보를 뽐냈다.
대회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열린 데 이어 이번이 2회째이다. 베이징 이좡 퉁밍후 공원에서 난하이즈공원까지 이어지는 21.0975km를 인간과 로봇이 함께 달리는 대회로, 코스에는 평탄한 아스팔트길만이 아니라 커브, 경사로, 잔디, 자갈길 등 다양한 환경이 포함됐다. 로봇의 주행 안전성과 다양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인식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로봇은 ‘자율 주행’과 ‘원격 조종’ 두 가지 방식으로 달릴 수 있다. 자율 주행 로봇은 탑재된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길을 읽어내고 돌발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 대회 주최 측에 따르면톈궁, 유니트리, 아너 등 26개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사의 다양한 로봇을 훈련시킨 기업 80여곳과 연구기관·대학 연구팀 20곳, 해외 참가자를 포함한 105개팀, 300여 대의 로봇이 출전했다. 지난해 21대가 출전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양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중국 로봇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출전 로봇 가운데 약 40%가 자율주행 모드를 선택했다.

질적인 성장도 경기 시작하자마자 눈에 띄었다. 로봇은 충돌을 막기 위해 중앙 칸막이가 쳐진 별도 코스에서 한 대씩 순차적으로 출발했다. 일부 로봇은 커브길에서 회전을 하지 못해 장벽에 부딪치고, 출발선에서 넘어진 로봇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철컥 철컥” 쇳소리를 내며 출발 4~6초 만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1년 전에 비해 속도도 빨라졌으며 자세도 안정적이 돼 멈추거나 넘어지는 로봇이 확연히 줄었다. 외신 기자들이 “너무 빨라서 카메라로 따라잡기 어렵다”며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경기 시작 1시간도 되지 않아 결승에 골인한 로봇이 나왔다. ‘바람을 뚫은 번개’ 팀이 원격 조종한 아너의 로봇 샨뎬이 48분 19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에 도착했다. 지난해 우승자 톈궁 울트라의 2시간 40분 기록을 2시간 가까이 단축했을뿐만 아니라, 인간 부문 세계 기록 보유자인 우간다의 제이콥 키플리모가 지난 3월 리스본에서 세운 기록 57분 20초보다 빠르다.
대회 주최 측은 “지난해 ‘마라톤을 뛸 수 있는 로봇’을 증명했다면 올해는 ‘스스로 마라톤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격려한다”고 설명했다.
원격 조종 로봇은 자율주행 로봇에 비해 기록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룰에 따라 우승은 자율 주행으로 달려 50분 26초 만에 골인한 치톈다셩(齊天大聖) 팀의 샨뎬이 차지했다.

아너 측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로봇 개발부터 마라톤 참가까지 전체 과정이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승 비결로는 디자인과 액체 냉각 시스템을 들었다. 샨뎬은 169cm의 키에 0.95cm의 긴 다리를 갖고 있다. 이는 뛰어난 운동선수들의 체형을 모방한 디자인이다.
인간형 로봇은 장시간 작동하려면 적절히 열을 방출해 관절 부분의 고장을 막아야 하는데 아너는 이번에 자사 로봇에 모세혈관처럼 모터에 깊이 침투할 수 있는 자체 액체 냉각 장치를 탑재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아너의 고출력 액체 펌프는 분당 4ℓ 이상의 열 교환 유량을 실현하며 고속 회전과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너는 중국 로봇 기업 중 선두로 평가받는 유니트리가 많은 자극이 됐다고 밝히며, 해당 로봇은 올해 안 휴대폰 대리점 등 아너 매장에 배치해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 중간에 로봇 교통경찰이 배치됐다. 로봇 경찰 역시 중국 일부 도시들에 시범 투입되고 있으며 베이징에도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로봇 양산 단계 진입을 목표로 삼았으며 올해는 상용화 원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을 이벤트에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본격적으로 일상과 산업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교육, 헬스케어, 판매 서비스 등이 우선 투입될 분야로 꼽힌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로봇 산업 매출은 2400억 위안(약 50조 원)에 달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8% 늘었고,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37만 대를 기록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전자학회 발표를 인용해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8700억위안(약 18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