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소유했다는 이유로 왜 대폭 깎아줘야 하느냐”
이 대통령, 고가 주택에 유리한 장특공제 개선 비판
“매물 잠김 우려” 진보당 등 세액공제 전환 법안 발의
보유세·취득세까지 포함한 세제 전면 재설계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1세대 1주택에 주어지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재차 공개 거론하면서 정부의 장특공제 개선 방향이 주목된다. 장특공제가 고가 주택일수록 세제 혜택이 큰 구조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많지만 폐지에 따른 ‘매물 잠김’ 등 거래 위축도 우려되는 만큼 보유세·취득세 등 부동산 세제 전체를 놓고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엑스(X)에서 장특공제를 두고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장기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양도세를 대폭 깎아주는 제도”라며 “거주할 것도 아니면서 돈 벌기 위해 사둔 주택값이 올라 번 돈에 당연히 낼 세금인데, 오래 소유했다는 이유로 왜 대폭 깎아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장특공제는 1세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거주한 12억원 초과 주택을 팔 경우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해 과세 대상 금액을 줄여주는 제도다. 1세대 1주택자가 12억원 초과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 시, 보유 기간(연 4%)과 거주 기간(연 4%)을 합산하여 최대 80%(10년 보유·거주 시)까지 장특공제를 적용받는다.
국회에는 장특공제를 전면 손질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과 이광희·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0명은 장특공제를 폐지하고 3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 1인당 평생 한도 2억원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8일 공동 발의했다. 현행처럼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출 세액에서 일정 금액을 직접 차감하는 정액형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는 아직 당 차원의 공식 추진 의사는 없다는 입장이다.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현행 장특공제가 양도차익이 큰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유리한 역진성 때문에 ‘똘똘한 한 채’ 문제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개정 법안을 발의한 이들은 “장특공제는 주택을 사고 팔 때마다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 때문에 고가주택으로 계속 바꿔가며 큰 차익을 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보는 역진적 문제가 있다”면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해 고가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개정안대로라면 1세대 1주택자의 세 부담은 고가 주택일수록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15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은 오히려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양도가액 40억원(취득가 20억원·10년 보유·거주 가정) 주택은 현행법상 양도세가 9406만원이지만, 개정안 적용 시 3억9922만원으로 3억원 이상 늘어난다. 반면 양도가액 15억원(취득가 7억원·10년 보유·거주)인 경우 현행 약 348만원 수준 세금이 개정안의 2억원 한도 공제를 적용받아 사실상 0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특공제 축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보유세·취득세 등 다른 부동산 세제와 함께 손질해야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높아진 세금 부담 때문에 오히려 주택을 팔지 못하는 ‘매물 잠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역진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장특공제를 정률에서 정액제로 바꾸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물가상승률에 따른 집값 상승, 취득세·보유세 등과의 조화 등을 함께 고려해 제도를 설계하지 않으면 집을 사고 파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과도한 혜택이 문제라면, 장특공제만 손댈 게 아니라 전체 세제 균형을 함께 봐야 한다”며 “보유세를 양도세 공제대상인 필요경비로 인정해주거나 현재 12억원인 양도세 비과세 요건 등을 물가상승률 만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