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료 사용량, 미국·프랑스·독일보다 2배 ↑
수급 불안 이유이나 이참에 비료 과다 사용 관행 개선 취지

정부가 중동 전쟁을 계기로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비료 사용량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나섰다. 당장은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 상승 우려 때문이지만 한국의 비료 사용량이 전세계 주요국보다 2배가량 높은 관행을 고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협은 다음달부터 비료 판매 시 구입 농가에게 적정 사용량을 고지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비료의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사재기’ 등 가수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 가격은 중동 전쟁 이전보다 50% 넘게 뛰었다. 정부는 7월까지 비료 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농가 사이에서는 여전히 가격 상승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번 조치는 일차적으로는 비료 수급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지만 한국의 고질적인 ‘비료 과다 사용’ 관행을 고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비료가 투입량 대비 비효율적으로 이용된 면이 있어 농가들의 인식을 한 번 바꿔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의 세계개발지표(2023년 기준)를 보면 한국의 헥타르당 화학비료 소비량은 262.3kg로 집계됐다. 미국(127.8kg), 프랑스(131.3kg), 독일(128.6kg) 등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여기에 비료로 쓰이는 가축 분뇨까지 합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비료 과다 사용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고령 농가들이 작물별 실제 비료 필요량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부족한 것보단 넘치는 게 낫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보니 비료 사용량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주요 국가보다 2모작·다모작 등이 많은 것도 한 요인이다.
축산 분뇨를 거름으로 많이 활용하는 관행도 영향을 미쳤다. 축산 밀집도가 높은 한국 특성상 분뇨 처리 문제도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데, 농가에서 비료로 재활용하면 폐기물 처리와 작물 영양 공급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료를 더 준다고 생산량이 더 늘어나는 건 아니다. 농촌진흥청이 2023년 진행한 모시풀 실증실험서 추천량보다 비료를 30% 더 줘도 수확량에는 차이가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국 농가 토양에 비료의 주성분인 질소 수지와 인 수지가 각각 OECD 평균보다 7.5배, 21배 많다고 지적했다. 작물이 채 빨아들이지 못한 잉여 성분이 토양에 쌓여 있다는 뜻이다.
농업계도 이번 캠페인을 적극 환영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농민의길 등 주요 농업단체도 지난 9일 서울 양재에서 ‘범 농업계 적정시비(비료 적정량 공급)’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 캠페인에 동참했다. 농민단체들이 비료 사용량 감축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서용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고령 농가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감축을 좀 미뤄왔는데 이번 수급 문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감축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며 “다만 강제할 수는 없는 문제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현장 집중점검을 진행하고 과잉비료 의심 지역에는 공익직불금 이행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비료 과다 사용 등 준수사항 위반이 적발되면 공익직불금이 10% 감액되고, 반복 위반 시에는 최대 40%까지 직불금이 깎인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화학비료(무기질비료)에서 가축 분뇨 등 유기질 비료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화학비료 사용량 감축을 위해 가축 분뇨의 무기질 비료화 공정 고도화 등 지원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