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개혁 법안을 처리했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율을 소폭 확대하고 호남 4개 지역에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도입하며 기초의원 중대선거구 지역을 27곳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취지가 일부 포함되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강화한 방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 정당에만 지구당 사무소 설치를 허용한 조항은 정치의 문턱을 높인 퇴행이다.
‘4·17 합의안’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부터 광주 동남갑·북갑·북을·광산을 4곳에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다. 10%인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중도 14%로 상향됐다. 중대선거구제는 사표를 줄이고 소수정당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치적 다양성이 절실한 수도권과 영남은 제외한 것이나 비례대표 비중을 고작 4%포인트 높인 것을 보면 개혁 시늉 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당원협의회 또는 지역위원회에 사무소를 둘 수 있도록 한 ‘지구당 부활’ 조항을 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 받은 정당에만 적용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기준대로라면 전국 250여개 지역구에 합법적으로 간판을 걸 수 있는 곳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뿐이다. 결사의 자유를 여론조사 잣대로 판단해 소수정당의 손발을 묶는 위헌적 발상이다. 과거 지구당은 불법 정치자금의 통로라는 비판 속에 2004년 폐지된 바 있다.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상징하는 지구당을 왜 부활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공론화도 없이 지방선거 직전에 전격 처리한 배경도 의문이다. 선거 이후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두고 지구당 위원장들을 줄 세우기 위한 정략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혁신이 아니라 과거 악습으로 회귀하는 꼴이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진보 4당이 “거대 양당의 기득권 담합”이라고 비판했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내란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할 첫 정치개혁 논의가 고작 이 정도라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하는 ‘죽은 지방자치’가 되풀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광역의회 비례대표 비율 30%로 확대, 단체장 결선투표제와 지역정당 허용 등 다양성을 보장하는 정치개혁은 내란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최소 강령 아니었던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거대 정당의 담합에 납득할 유권자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여야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정개특위를 재구성해 정치개혁 법안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