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유가 급등을 억제하고 있으나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전쟁이 끝나야 유가 안정을 기대할 수 있지만 중동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여전히 평화와 거리가 멀다. 세금으로 기름값을 누르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9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0.42원 오른 ℓ당 2001.93원을 기록했다. 유가는 지난 18일 ℓ당 2000원을 돌파한 뒤 추가로 상승하고 있다. 국제유가를 안정시킬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합의로 일시 개방됐던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만에 재봉쇄됐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결정에도 미국이 이란 해상 봉쇄 조치를 풀지 않자 이란 군부가 봉쇄를 단행한 것이다. 기대감이 컸던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종전이 된다 해도 파괴된 석유 인프라 재건 등으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해를 넘기리라는 전망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로 국내 기름값은 전쟁 상황에 비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고가격제는 어디까지나 임시 처방일 뿐이다.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에는 최고가격제 시행을 위한 예산이 4조2000억원이나 책정돼 있다. 중동전쟁이 아니라면 사회의 그늘진 곳에 햇살을 비춰줄 각종 복지 지출에 쓰일 귀한 세금이다. 최고가격제 때문인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도 나타나지 않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시내 차량 통행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 줄어드는 데 그쳤다. 기름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예상만큼은 아니니 소비가 크게 줄지 않는 것이다. 지난 주말 주요 간선도로는 밀려드는 승용차들로 중동전쟁 이전과 다름없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지금은 고유가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다져야 할 때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재원으로 책정한 4조2000억원 중 일부를 대중교통 이용 혜택 증대 등 에너지 절감 유도 정책 재원으로 돌리는 방안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 에너지 공급 불안은 장기화할 것이고, 한국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해 가장 충격이 크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 사회는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평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