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골드먼 환경상’ 수상… 기후 헌법소원으로 아시아 최초 위헌 결정 이끌어내

2025년 늦가을, 김보림(33)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환경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풀뿌리 환경상인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선정 이유를 묻자 “(기후소송을 승소로 이끈) 기후운동을 조명하고 가시화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영광스러운 소식이었지만, “생소하고 어색한 느낌”이 먼저 들었다. 지난 8년 동안 펼쳐온 기후운동이 국내에서는 조명받지 못한 탓이었다. 청소년단체에서 기후소송을 포함해 줄곧 기후위기 대응 운동을 하면서 힘껏 목소리를 높였지만, 번번이 힘은 실리지 않았다. 청소년은 미래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고명처럼” 얹혀질 뿐,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 받아들여진 기억이 거의 없다. 그렇게 상의 의미를 살피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러나 이내 “헌법재판소 기후소송 과정에서 기후위기 이슈를 권리의 문제로 인정받기 위해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메시지를 만들고, 사회적으로 축적해온 운동들이 존재했는데, 그 운동이 조명된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었다.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보림 활동가가 상을 받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에 앞서, 2026년 4월8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있었던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밝힌 수상 소감이다.
 
“아시아 기후변화 운동이 중대한 전환점”

 
미국 골드먼 환경재단은 ‘지구의 날(4월22일) 주간’ 첫날인 4월20일(현지시각) ‘2026년 골드먼 환경상’ 전세계 대륙별 수상자 6명 중 아시아 지역 수상자로 한국의 김보림 활동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선정 사유로 “김 활동가와 그가 소속된 청소년기후행동은 아시아 최초로 청소년 주도의 기후소송에서 승소하는 역사를 썼다”며 “이 역사적인 결정은 아시아 기후변화 운동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이날 “이 상은 저에게 주어졌지만, 우리의 운동에 수여되는 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골드먼 환경상은 1989년 로다 골드먼과 리처드 골드먼 부부가 전세계 풀뿌리 환경운동가들의 업적과 리더십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37년 동안 98개국에서 총 239명의 풀뿌리 활동가가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1995년 수상한 바 있고, 김 활동가가 두 번째 수상자다. 그린벨트 운동을 이끈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2004년 노벨평화상 수상)가 1991년에, 브라질 삼림 벌채 반대 운동을 이끈 마리나 시우바 전 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이 1996년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활동가는 어린 시절 집 근처 과학관에서 지구온난화 관련 전시를 자주 접했다. 기후위기는 “나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주제였다. 그러나 역대 최악이었던 2018년 폭염으로 인식이 전환됐다. 김 활동가의 어머니와 비슷한 연령대의 한 여성이 자택에서 온열질환으로 숨졌다는 뉴스에 충격을 받았다. “폭염 속에서 자신의 집이라도 냉방이 안 되는 곳에 머무는 것은 재난일 수 있겠다는 인식이 처음 생겼어요.”
그는 이어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를 비롯한 제로웨이스트 실천 등 개인적인 행동을 넘어서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 자체가 줄어들도록 사회적 변화가 계속 쌓여나가야 하고, 사회 안전판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고, 2019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창립 멤버 중 한 명이 됐다. 이후 그는 청소년 기후운동의 ‘엔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로 시작

 
김 활동가와 청소년기후행동은 2019년 3월15일, 5월24일, 9월27일 전세계 청소년들과 함께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했다. 또 서울시교육감과 환경부 장관, 청와대 등을 찾아다니며 정책결정자들을 만나 기후 대응 정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알렸다. 그러나 “대체로 청소년들은 함께 사진 찍는 대상이었을 뿐, 정책결정자들의 의지에만 기대하는 방식으로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운동 방식을 고민하던 중, 2019년 12월 네덜란드 대법원이 정부에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25% 감축하라”고 판결한 기후소송 승소 사례를 접했다. 이를 계기로 사법 영역에서의 운동으로 고민이 뻗어나갔고, 비슷한 고민을 하던 변호사들과의 만남도 이어졌다. 마침내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원고가 되어 헌법재판소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본권을 지키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후 2021년 1차 시민, 2022년 영유아, 2023년 2차 시민 기후소송이 잇달아 제기됐고, 헌재는 이 4건을 병합해 심리했다. 마침내 2024년 8월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 규정하고 2031~2049년 감축 목표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동시에 국회에 장기 감축 목표를 명시하는 법 개정을 하라고 결정했다. 소송 제기 후 4년 동안 김 활동가와 청소년기후행동은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속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육성”을 모아 국민 5289명의 국민참여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그는 이렇게 “법정 밖에서 기후소송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되풀이”했다.
헌재 결정에 대해 그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우리 사회에 생긴 것”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2025년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줄이는 것으로 수립했는데, “헌재 결정이 없었으면 61% 감축은 못 들어갔을 것이고, 산업계 등 힘센 쪽 논리에 따라 (매우 미흡한) 48% 감축으로 결정됐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로 이어져

 
한국의 기후소송은 2024년 일본과 대만에서 각각 제기된 기후소송 등 아시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김 활동가는 2025년 11월 일본 기후소송 청소년 원고 10여 명을 한국에 초청해 승소 경험을 나눴다. 또 “소송 과정에서 사람들이 호응할 수 있는 메시지와 캠페인 전략 등과 관련한 트레이닝 워크숍도 함께 진행”했다.
4월13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헌재 결정에 따른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절차를 위해 진행된 공론화 결과를 공론화위원회로부터 보고받았다. 시민대표단 다수는 장기 감축 경로 설정 때 △미래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 초기에 감축률을 높이는 ‘오목 감축 경로’를 선택해야 하고 △전세계 평균 감축률 수준 이상의 감축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결정했다. 김 활동가는 “이번 공론화에서는 그동안처럼 산업계의 주장이 과도하게 대표되지 않았다”며 “다양한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와 실제 사회의 전환을 그릴 수 있는 정보가 제대로 공유된다면 결과는 바뀐다는 게 증명된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기후소송에서 승소한 그의 다음 계획은 뭘까. “더 많은 사람이 기후운동으로 다가올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아시아 지역에 있는 청소년·청년들을 위한 공동의 트레이닝 도구도 개발하고, 좀더 전략적으로 아시아에서 ‘임팩트’ 있는 기후운동을 위한 연대체를 만들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어요.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