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안전 귀국 기대감 물거품
정세 급변에 선원노련도 ‘한숨’
국내 유조선 처음 홍해 빠져나와
정부·관계기관 ‘원팀’ 애쓴 결과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주말 사이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하면서 해운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해협 통행이 재개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선원들의 조속하고 안전한 귀국을 기대했던 선원노련 또한 환영에서 우려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 사이 호르무즈해협이 아닌 홍해를 통해 우리 유조선이 처음으로 원유를 싣고 국내로 이동하는 다행스러운 일도 있었다. 해양수산부와 산업자원부 등 정부 부처와 관계기관, 업계가 협력해 홍해를 호르무즈 우회로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온 전략이 성공적으로 개시된 셈이다.
■일시 해제→재봉쇄…물거품 된 기대감이란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레바논의 휴전 발효에 따라 호르무즈해협 통행 제한을 일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 계정에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남은 휴전 기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불분명했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과 거래가 100% 완료되기 전까지 이란 해상 봉쇄는 전면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해, 자유로운 해협 통항은 어렵다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결국 이란은 하루 뒤인 18일(현지 시간) 해협을 재봉쇄했다. 이란군 대변인은 이날 “호르무즈해협은 이전 상태로 다시 돌아갔다”며 해협이 이란군의 관리와 통제 아래 있음을 밝혔다.
중동 정세가 이처럼 급변하자 해운업계와 선원노련도 기대감을 다시 억눌러야 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고립 기간이 길어지면서 선사마다 보험료와 유류비, 선원 부식비 등 기본적인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통행 재개 소식에 조금은 기대를 했었는데 하루 만에 좌절돼 답답하다”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재개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고 페르시아만에 고립된 선박과 선원의 조속하고 안전한 귀환을 촉구했던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또한 관망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신, 2차 종전 협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때를 대비해 장기 고립으로 인한 선원들의 심신 회복 지원과 함께 분쟁 해역 운항 선원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대응 매뉴얼 및 제도적 재점검을 정부에 당부했다.
■우리 선박, 원유 싣고 홍해 빠져나와지난 17일 중동 사태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원유를 적재한 우리 선박이 홍해를 안전하게 빠져나왔다. 해양수산부는 이 선박이 홍해를 항해하는 동안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항해 안전 정보 제공, 선박 및 선사와의 실시간 소통 채널 운영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홍해는 이란 지원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의 활동 거점으로, 선박 피격 등 위험성으로 운항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 이후 79건의 선박 피격이 발생했으며, 이 때문에 우리 해운업계는 2024년 말부터 홍해-수에즈운하 항로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후 이용하기 어려워진 동쪽의 라스 타누라 등의 항구를 대신해 원유를 수출하는 거점으로, 1200km 길이 동서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공급받아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을 선적할 수 있다. 얀부항을 이용하려면 예멘과 소말리아 사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하거나 아프리카를 돌아 지중해, 수에즈를 지나는 루트를 이용해야 한다.
홍해 우회로를 통한 원유 수송은 앞서 지난 6일 제14차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논의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 또한 지난 17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처음으로 우리 선박이 홍해를 통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운송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며 “관련 부처들이 원팀으로 움직이며 이뤄낸 값진 성과”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밤낮없이 애써주신 모든 분께, 특히 선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