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악천후 산행, 얼마나 위험한가?지난해 산악계의 큰 화두는 입산통제였다. 발단은 국립공원공단의 북한산 인수봉 암벽등반에 신고제를 도입하겠다는 발표였다. 인수봉은 한국 암벽등반의 메카로 워낙 많은 등반가들이 몰리는 탓에 공단이 호시탐탐 규제를 시도하다가 산악계의 반대에 번번이 막혔던 역사가 있다. 이번에도 역시 산악계는 반대했고, 더 나아가 기상예보에 따른 입산통제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산악계 주장은 '전문산악인들을 일반 등산동호인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통제하면 안 된다'는 것. 산악인들은 악천후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서 훈련할 필요가 있으니 열어 달라는 주장이었다. 안전은 산악인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란 논리다.
악천후에 등산은 안전할까? 단순히 OX의 문제로 치환하면 당연히 안전하지 않다. 날씨가 안 좋으면 등산이 위험하다는 건 딱히 연구할 필요도 없다. 자명하다. 하지만 악천후에 등산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로 질문을 살짝 바꾸면 꽤 복잡한 이야기가 된다. 또 얼마나 위험한지 분석이 돼야 악천후 입산통제가 타당해지고, 산꾼들도 날씨예보를 보고 산행 강행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껏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시도했다. 먼저 2018년 중앙대학교 유영석씨의 석사학위논문 '북한산 국립공원 탐방객의 산악사고와 기상환경 관계 연구'가 있다. 논문의 차원에서 접근하니 이야기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먼저 악천후는 폭염, 폭우, 폭설, 강풍 등 종류가 다양하다. 정도도 중요한 요소다. 비나 눈의 양, 바람의 세기 등을 어디부터 악천후로 볼 것인지 정해야 한다.
연구에서 이를 시도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의 기상데이터를 토대로 동기간 발생한 산악사고 870건과 연결해 분석했다. 기온, 풍속, 습도, 일조시간, 강수량, 구름의 양 총 6가지가 기준이 됐다. 그 결과 가장 많이 사고가 발생한 기상 조건은 기온 22~26℃ 사이일 때, 풍속 1~3등급(0.3~5.3m/s)의 잔잔한 바람일 때, 습도 50~70%, 일조시간 9.1~10시간, 강수량은 강우 강도 0.1~1.3mm로 이슬비일 때, 구름의 양은 4.7로 구름이 조금 낀 정도일 때로 나타났다.
이 결과만 봤을 땐 등산하기 가장 좋은 날씨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국립공원은 악천후에 입산이 통제되고, 등산객이 많이 몰리면 사고자도 많아지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나타난 통계다. 그래서 연구자는 '가장 많이' 사고가 나는 날씨보다 특수한 상황에 주목했다. 풍속의 경우 강풍일 땐 다른 때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것, 일조시간은 9.1~10시간 다음으로 1시간 이하일 때 사고 비율이 높았다 등의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머신러닝을 이용한 알고리즘으로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넘어보려는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하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조향래씨의 '기상 조건 기반 산악사고 발생 확률 예측 모델 설계 및 알고리즘 성능 비교'란 연구는 2020~2023년 산악사고 및 기상데이터를 통합한 사고, 비사고 데이터 4만6,000건을 재료로 삼아서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테스트해 봤다. 가장 뛰어난 알고리즘의 경우 정확도는 70% 정도였는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사고가 나지 않은 날씨에 사고가 났을 거라고 예측했다든지, 반대로 사고가 난 날씨인데 사고가 안 났을 거라고 한 경우가 10건 중 3건이었다는 뜻이다. AI 시대가 와도 날씨와 등산사고의 관련성을 명확히 밝히는 건 아무래도 쉽지 않다. 그래도 70%까진 왔다.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