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부터 한 달간 이어지는 개화 릴레이
팔랑치~바래봉 능선 구간 ‘철쭉 하이라이트’ 봄꽃이 들판을 뒤덮고 벚꽃이 절정을 지나면 계절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산으로 옮겨간다. 화사함이 한풀 꺾인 자리에는 보다 짙고 선명한 색이 능선을 따라 번진다. 그 흐름의 끝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곳이 바로 지리산 바래봉이다.
지리산 서북 능선 끝자락에 자리한 바래봉(1165m)은 성삼재에서 정령치, 세걸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말봉에 해당한다. 봉우리의 형상이 스님들의 공양 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삿갓처럼 둥글게 퍼진 능선 덕분에 '삿갓봉'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연 철쭉이다. 바래봉 일대의 산철쭉은 유난히 진한 붉은빛을 띠며 능선을 따라 군락을 이룬다.
일반적인 철쭉이 숲 사이에 듬성듬성 피어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키가 낮고 밀도 높은 군락이 형성돼 마치 정원을 조성해 놓은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5월이 되면 능선 전체가 불붙은 듯 물들며 전국의 상춘객을 불러 모은다.
바래봉 철쭉의 붉은 빛이 유독 선명한 데는 1970년대 면양 목장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당시 방목된 수천 마리의 면양이 산의 잡목과 풀을 모조리 먹어 치웠지만 독성이 있는 철쭉만은 남겨두면서 약 6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군락이 형성됐다. 인간의 경제 활동이 의도치 않게 '천상의 화원'을 만들어낸 셈이다.
산행은 운봉읍 지리산허브밸리에서 시작된다. 초반에는 완만한 임도와 숲길이 이어지다 바래봉의 유일한 사찰인 운지사를 지나면서 점차 고도가 높아진다. 약 1시간가량 오르면 능선에 닿고 이때부터 풍경은 확연히 달라진다.
팔랑치로 향하는 길은 바래봉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능선 양옆으로 흐드러진 꽃 사이를 걷는 길은 그림 속 풍경을 연상시킨다. 특히 이른 아침 운해가 더해지면 신비로움이 배가된다.
정상 자체에는 철쭉이 많지 않지만 시야는 탁 트인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산줄기와 함께 맑은 날에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조망된다.
이후 팔랑치에서 세걸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구간까지 발걸음을 옮기면 가장 밀집된 철쭉 군락을 만날 수 있다.
개화는 4월 하순 저지대부터 시작해 5월 중순 능선 절정으로 이어지며 한 달간 지속된다.
지리산의 말봉답게 능선이 완만해 초보자도 큰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탐방 코스는 왕복 약 9~10km로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바래봉 일대는 산행 이후에도 둘러볼 곳이 풍부하다. 들머리 역할을 하는 지리산 허브밸리는 허브 온실과 테마정원, 체험시설이 결합된 복합 관광지로 산행 전후 여유롭게 머물기 좋다.
자연 속 휴식을 원한다면 서어나무 숲이 대안이 된다. '근육질 나무' 100여 그루가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은 산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제격이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남원 시내로 이동하면 전통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정원의 정수인 광한루원과 '춘향전'의 서사를 조형물로 재현한 테마파크는 산행과는 또 다른 운치를 선사한다.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산내면 내령리 산 131
•이용시간 : 상시 개방
•입장료 : 무료
•주차 : 지리산허브밸리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