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척 유조선 이동 확인됐지만 “필요 시 재폐쇄 가능”…원유시장 경계감 지속
 
미·이란 협상 재개 기대와 휴전 종료 가능성 교차…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

중동 에너지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유조선 이동이 포착됐지만, 이란이 해협 통제 강화를 재차 시사하면서 국제 원유시장과 해상 물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해상 데이터와 미·이란 관련 발언을 종합해, 이날 8척의 유조선 호송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약 7주 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 확인된 대규모 선박 이동이다.
다만 시장은 이를 완전한 정상화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란 측이 해협에 대한 군사 통제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번 운항 재개가 일시적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기준으로 전 세계 석유 교역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때문에 해협의 봉쇄 또는 부분 통제 강화는 국제유가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에너지 공급망, 해운 운임, 보험료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보도에 따르면 마린트래픽 데이터상 라락섬 남쪽 해역에서는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4척과 다수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이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걸프 지역에서는 추가 유조선들도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이란은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레바논 간 10일간의 휴전 합의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을 임시 재개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8일 이란 군 사령부는 해협 통과가 다시 엄격한 군사 통제 체제로 복귀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그 배경으로 미국의 반복적인 위반 행위와 봉쇄를 명분으로 한 '해적 행위'를 거론했다.
이란 측은 제한된 수의 유조선과 상업 선박에 대해 "선의에 기반한 통제된 통과"를 허용했지만, 미국의 지속적 조치로 인해 전략적 병목지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군사 메시지를 넘어, 향후 미·이란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 카드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해협 통제 문제는 이란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봉쇄 완화 여부와 맞물려 향후 협상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협상과 군사적 긴장 완화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시장의 혼선을 키웠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문제와 관련해 꽤 좋은 소식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오는 수요일 만료되는 2주간의 휴전이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장기 평화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전투가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원유시장 참가자들에게 상반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선박 통항 재개가 공급 차질 우려를 완화할 수 있지만, 휴전 종료나 군사 충돌 재개 가능성이 남아 있어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로이터는 해협 재개방 기대에 따라 국제유가가 전날 약 10% 하락했고, 글로벌 증시도 강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군이 군사 통제 강화를 언급한 만큼, 시장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주말 중 미·이란 간 직접 대화가 재개될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일부 외교 소식통들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현지에서 회담 준비 움직임이 거의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라마바드는 지난주 고위급 미·이란 협상이 열렸던 장소다.
파키스탄은 중재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파키스탄 군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이 테헤란에서 3일간의 회담을 마쳤다고 밝혔고,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순방을 마친 뒤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초기 양해각서 도출 후 60일 이내 포괄적 평화합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했다.
다만 핵심 쟁점인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란은 민간 핵에너지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문제를 포함한 강도 높은 제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회담에서 이란의 핵 활동을 20년간 중단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이란은 3~5년간의 중단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란 소식통은 비축 우라늄 일부를 외부로 반출하는 절충안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관련 자료가 다른 곳으로 이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현재 상황은 '부분적 재개'와 '재봉쇄 가능성'이 공존하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유조선 이동 자체는 공급 정상화 기대를 자극하지만, 군사 통제 강화와 협상 불확실성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은 당분간 높은 경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