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개방 발표 하루 만에 군부 “통제 유지” 선언
외교 협상파와 군부 강경파, 호르무즈 통제권 놓고 대립
전문가 “위기 상황에선 총을 쥔 군부가 승리하는 구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발표를 하루 만에 번복하고 다시 폐쇄하면서 군부 강경파와 정치·외교 라인 간 권력 균열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교적 메시지와 군사적 행동이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정권 내부 혼선이 외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건의 발단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었다. 아라그치 장관은 지난 17일 엑스(X)를 통해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호르무즈 해협을 상업용 선박에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올렸고 국제 금융시장은 유가 급락과 주가 상승으로 즉각 반응했다.
그러나 평온한 분위기는 24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즉각 "해협 통제권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다"며 "미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되는 한 개방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IRGC 연계 매체인 타스님통신은 이를 두고 "정보 전달 과정에서의 무분별한 조치"라고 비판했고 파르스통신 역시 "외무장관의 예상 밖 게시 이후 이란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쇄도하자 아라그치 장관은 침묵을 이어가다 '이란군의 날'인 18일 군 총사령관에게 "군의 희생에 감사한다"는 글을 올리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혼선의 배경에는 협상 전략을 둘러싼 내부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무부를 중심으로 한 라인은 경제적 압박 완화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과의 타협을 모색하는 반면, IRGC는 긴장 상태 유지 자체를 전략적 자산으로 삼으며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포스트 하메네이' 시대 권력 재편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균열로 해석한다. 절대적 중재자였던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 이후 파벌 간 갈등을 조율할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윌슨센터의 모하메드 아메르시 분석가는 WSJ에 "서방은 이란을 일관된 지휘체계를 갖춘 국가로 보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결국 총을 가진 사람들(군부)이 최종 결정력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테네시대학교 채터누가캠퍼스의 이란 전문가인 사이드 골카르는 '최종 중재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서로 다른 파벌 간의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심각한 분열보다는 소통 혼선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해협 개방 발표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심각한 분열이라기보다 소통 혼선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강경파 부상과 외교 라인의 약화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WSJ는 이러한 내부 불일치가 미국의 외교적 해법 모색에도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