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김혜연 지음창비 펴냄

표지 일러스트가 이 시대를 요약해서 보여준다. 로봇이 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바쁘게 두들기는 한편, 옆자리는 빈 책상만 남아 있고 소지품들이 흩어져 있다. 메타 같은 거대 IT기업은 대규모 해고를 진행했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선 신입 채용이 얼어붙었다. 클로드 코워크 같은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주가가 급락하는가 하면 피지컬 AI, 즉 로봇이 본격적으로 공장에 투입된다고 한다. 통번역이나 일러스트, 영상 제작 등 인공지능이 침투한 분야에서는 생태계의 허리 부분에 해당하는 일자리들이 벌써 사라지고 있다. 빅테크 회사의 거물들은 이같은 변화가 인간에게 급진적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지만, 당장 몰아치는 실업 앞에서 막막하지 않을 사람 누가 있을까. 앞으로 남은 시간이 10년쯤이라니 그때까지 돈을 모으자고, 주식을 할까 결심해봐도 미국 대통령 발언 한번에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주식을 모으기가 쉬운 일 같진 않다. 국가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흥청망청 쓸 만큼의 돈을 줄 리도 없다.
두 저자는 AI가 모든 분야를 잠식하는 현실에서 인간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미래를 예측하고 방법을 살핀다. 일단 AI가 낸 결과를 가지고 판단하는 일은 마지막까지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간이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는 눈’인 안목을 가져야 한단다. 그렇지만 그런 안목을 갖춘 존재의 예시로 스티브 잡스가 제시되니, 막막한 감정이 줄지는 않는다. 누구나 스티브 잡스가 될 수는 없고, 스티브 잡스처럼 안목이 좋은 사람이 많이 탄생한다면 그 많은 사람에게 걸맞은 자리가 있을까. 또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발달해도 인간의 몸이 가진 가치는 남으리라는 전망도 제시된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가치를 지닌 몸은 인공지능의 등장 전에도 가치가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운동과 성형에 매달린 게 아니었을까. 줄넘기나 설거지 같은 사소한 일이라도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이며 고유한 능력은 무엇인지 사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언뜻 보기엔 낙관적인 것 같지만 이런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인공지능이 과연 가만 놔둘까.
이런 얘기를 들었다. 돌봄 분야에서도 로봇이 등장하고 있는데, 병원의 어르신들은 로봇 돌봄을 싫어한다고. 어쨌든 로봇이 주는 감각은 인간이 주는 것과는 다르니, 최후의 순간까지 인간의 감각이 필요한 분야라면 남을 것 같다. 물론 그 분야에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가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꽤 빤한 면이 있어서 앞으로의 행동도 지난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