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소 경기, 최소 일수인 14일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 흥행이 유통업계의 팬덤 비즈니스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과거 유니폼이나 응원도구를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야구 굿즈 사업은 최근 식음료·라이프스타일·패션·커머스를 결합해 팬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굿즈 넘어 콘텐츠로…유통가, 야구 팬덤 잡기 경쟁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KBO 10개 구단과 협업한 굿즈를 출시해 나흘 만에 누적 판매 2만 5000개를 기록했다. 특히 출시 첫날 주문액은 목표 대비 346%를 초과 달성했으며, 당일 앱 인기 랭킹 상위 10개 중 7개를 KBO 굿즈가 차지하는 등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앱 유입 고객 중 신규 고객 비중도 65%에 달해, 굿즈 판매보다 신규 고객 유입과 플랫폼 활성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이 더 주목된다.
전략도 달라졌다. CJ온스타일은 텀블러, 스트로우 커버, 타월 키링, 샤쉐, 양우산, 스카프 등 일상형 상품군으로 굿즈 범위를 넓혔고, 판매 전에는 방송인 유병재와 함께한 모바일 라이브 콘텐츠 '크보집즁'으로 일반 방송 대비 10배 수준의 알림 신청을 기록하며 팬덤의 기대감을 먼저 끌어올렸다. 굿즈를 단순 상품이 아니라 팬이 소비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재구성한 셈이다.
스타벅스도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스타벅스는 KBO와 손잡고 야구장 잔디를 연상시키는 '베이스볼 매실 그린 티'와 야구공 모양의 '베이스볼 팝콘&프레첼' 등 이색 음료와 푸드를 비롯해, 텀블러, 키체인, 머그 등으로 협업 범위를 넓혔다. 야구장뿐 아니라 매장과 온라인 채널 전반에서 야구 소비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야구를 '직관의 순간'이 아니라 일상 전반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웰푸드 역시 KBO 공식 스폰서십을 맺고 빼빼로, 자일리톨, 꼬깔콘 등 대표 제품 패키지에 10개 구단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랜덤 굿즈 캡슐과 선수 프로필 띠부씰까지 결합했다. 식품 소비에 수집형 팬덤 요소를 얹어 반복 구매를 유도한다.
'1조 시장' 된 KBO 시장
현대경제연구원은 2024년 프로야구 관람객의 입장료·식음료·교통비 등 직접 소비지출을 5563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전국 생산유발효과는 1조1121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4653억원, 취업유발인원은 9569명으로 집계됐다. 야구 관람이 단순한 여가를 넘어 지역과 전국 단위 소비를 움직이는 거대한 산업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는 흥행 흐름을 고려할 때 누적 관중이 13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 수치에는 굿즈나 MD 구매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직접 소비 외 추가 지출 항목으로 유니폼과 응원봉 등 MD 구입비를 별도로 언급했는데, 프로야구 관람객의 MD 구입비는 1인당 15만7000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경기장 밖에서 벌어지는 팬덤 소비 생태계까지 고려하면 실제 경제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프로야구 관람객의 강력한 소비 성향도 유통업계에 매력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인용한 '2024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프로야구 관람객의 평균 연령은 30.7세로 주요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낮았고, 평균 경기 방문 횟수는 15.1회로 가장 높았다. 평균 지출 금액도 4만9854원으로 높은 편이다.
여기에 MZ세대 중심의 팬덤은 단순 관람을 넘어 굿즈로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고 이를 SNS로 적극 확산하는 소비 패턴까지 띠고 있다. 젊고, 자주 방문하며, 굿즈를 매개로 반복 소비하고 공유하는 팬층이라는 점에서 커머스와의 결합 효과가 크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KBO 리그의 높은 관심과 맞물려 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확산하는 소비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굿즈를 단순 판매 상품이 아니라 팬 경험을 연결하는 콘텐츠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