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라면의 본고장' 일본에서 연 매출 200억엔(약 1800억원)을 돌파하며 K-라면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1981년 도쿄 사무소 설립 이후 약 45년 만의 성과로,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일본 라면 시장 내 '매운맛'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착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라면의 성공에 힘입어 신라면 툼바와 너구리, 짜파게티 등의 제품 판매에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라면 본고장' 일본서 통했다…신라면의 정공법
농심재팬은 지난 15일 도쿄 하라주쿠 '신라면 분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일본 매출이 200억엔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세계 최대 수준의 라면 소비 시장이자 인스턴트 라면의 본고장으로, 외국 브랜드가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꼽힌다.
이 같은 시장에서 농심은 현지화 대신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2002년 법인 설립 당시만 해도 일본 라면 시장에서 매운맛 제품은 거의 없었고, 현지 바이어들로부터 '일본인 입맛에 맞게 덜 맵게 바꿔달라'는 요구도 많았다"면서도 "신라면 고유의 맛을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신라면은 '한국식 매운 라면'이라는 차별화된 포지션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일본 소비자들도 자발적으로 찾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며 매운라면 카테고리에서는 판매 비중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농심재팬의 지난해 매출 200억엔 가운데 신라면 브랜드 매출은 165억엔으로 약 80%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 문화에 친숙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은 월평균 약 1만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농심재팬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약 17%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채널 확장…'신라면 툼바'로 2차 성장 시동
이날 농심재팬은 일본 주요 편의점 3사인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전국 약 5만3000개 매장에서 '신라면 툼바(큰사발면)'를 정식 판매한다는 소식도 알렸다. 신라면 툼바는 일본 대형 편의점과 '연중 상시 판매' 계약을 체결한 두 번째 한국 라면 제품이다.
일본 편의점은 매주 신제품이 출시되는 고경쟁 채널로 단기간 판매 성과가 입점 유지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다. 김 부사장은 "신라면 툼바는 세븐일레븐 선출시 당시 초도 물량 100만개가 2주 만에 완판됐다"며 "출시 1년 만에 상시 판매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신라면 외에도 너구리, 짜파게티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일본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신라면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복수 브랜드 체계를 구축해 더욱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김 부사장은 "2030년까지 일본 매출을 500억엔 수준까지 확대하고 닛신, 동양수산, 산요식품, 묘조식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 내 주요 라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