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결론이 4월을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부담과 은행권 자본 부담, 최근 제재 소송 패소에 따른 법리 리스크를 함께 의식하면서 최종 수위를 쉽게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조 단위 과징금이 처음 적용되는 상징적 사안인 만큼, 감경 폭 자체보다 처분 논리를 얼마나 탄탄하게 짜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홍콩H지수 ELS 제재 안건을 29일 정례회의에 상정할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달 안에 최종 결론이 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감독원은 초기 산정 과정에서 약 4조원 수준의 과징금을 검토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낮춰 금융위로 넘겼다.
핵심은 감경 폭이다. 금소법상 과징금은 판매액을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자율 배상과 피해 구제 절차 이행 등 사후수습 노력이 반영되면 최대 75%까지 감경할 수 있다. 실제 5대 은행은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 배상을 진행했고, 배상 비율도 97%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판매 수수료 수익은 약 1000억원 수준인데 1조4000억원 과징금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주목할 대목은 금융위가 감경 논리만 앞세우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사안은 2021년 금소법 체계 아래서 대형 불완전판매에 조 단위 과징금이 적용되는 첫 사례다. 여기서 과징금을 지나치게 낮추면 향후 대형 판매사고 제재의 기준선이 약해질 수 있고, 반대로 현 수준을 유지하면 자율 배상 노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소비자 보호와 제재의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세워야 하는 금융위로선 어느 쪽도 부담이다.
최근 사법부 판단은 이런 고민을 더 키우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법원은 금융당국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근거로 내린 중징계에 제동을 걸었다. 또 올 1월에는 개인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낸 ELS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한 판결이 나왔다. 홍콩 ELS 과징금이 확정된 뒤 은행권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금융위로서는 수위뿐 아니라 처분의 법적 방어 가능성까지 함께 따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편 과징금이 은행 자본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1조4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은 단순 비용 반영에 그치지 않고 위험가중자산(RWA)과 자본비율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은행 자본 여력이 줄면 기업대출 공급 여력도 위축될 수 있는데,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사고 관련 자본 규제상 불이익 반영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것도 이런 부담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자율 배상, 법리 리스크, 자본 부담이라는 세 갈래 변수를 동시에 놓고 최종 수위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홍콩 ELS 과징금이 추가 감경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건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수천억원대로 크게 낮아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제재 수위 조정을 넘어 금소법 시대 대형 불완전판매를 어떻게 다룰지 보여주는 첫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