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단기 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1년 새 5배 가까이 불어났지만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에서는 일곱 번째에 머물렀다. 금융자산의 가치 상승에 힘입어 평가이익이 턴어라운드 했지만, 이를 정리하며 실현한 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며 흐름이 엇갈렸다.
특히 주식을 운용하다가 손실을 보고 채권에서도 적자를 떠안는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펀드 부문의 성적이 4배 넘게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떠받쳤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증권(FVPL)을 통해 거둔 이익에서 손실을 뺀 손익은 45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76.4% 늘며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
FVPL 손익은 증권사의 단기 투자 성과를 살펴볼 수 있는 항목이다. FVPL은 증권사가 보유한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 중에서도 단기 매매를 목적으로 들고 있는 영역이다. 관련 자산의 가치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발생한 평가손익과 이를 실제 매매하면서 생긴 처분손익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유형별로 보면 우선 자산 가치 상승에 힘입어 평가손익은 턴어라운드했다. 메리츠증권의 FVPL 평가손익은 6293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해 10대 증권사 중에선 6위를 차지했다.
FVPL을 팔아 얻은 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며 온도차를 보였다. 메리츠증권의 FVPL 처분손익은 마이너스(-)1765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면서, 10대 증권사 가운데 꼴찌에 그쳤다.
항목별로 보면 주식 투자에서 거둔 이익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FVPL 주식에서의 손익은 -4006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93.0% 확대됐다. 이 중 처분손익은 -657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적자 전환했고, 평가손익은 256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채권 운용에서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FVPL 채권을 통한 손익은 -163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가운데 처분손익은 -341억원, 평가손익은 -1296억원으로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그런데 펀드에서의 성과가 선두권을 쟁취하며 판을 뒤집었다. 지난해 FVPL 집합투자증권을 통해 올린 손익은 1조3600억원으로 314.0% 증가했다. 이는 1조7706억원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10대 증권사 가운데 2위였다.
특히 집합투자증권처분손익은 8582억원으로 670.7% 증가했고, 평가손익은 5018억원으로 131.1% 늘었다. 집합투자증권은 여러 투자자 자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뜻한다.
이 같은 투자 성과는 7000억원대 중반의 순이익을 거둔 데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76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88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5.3%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