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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게임즈가 배영진 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신임 공동대표로 선임하며 '재무 정비'와 '내실 경영'을 향한 배수의 진을 쳤다. 현재 라인게임즈는 3년 연속 이어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본총계 -2082억원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최근 진행한 유상증자는 대규모 실권주 발생으로 계획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8% 이자가 적용되는 전환사채(CB) 만기는 1년 연장됐다. 계열사 수혈로 간신히 버티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와 재무 전략의 베테랑으로 다시 경영 일선에 호출된 배영진 대표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그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을 넘어 벼랑 끝에 선 재무 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 동시에 신작 PC 게임과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해 '돈 버는 기업'으로서의 자생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다시 호출된 배영진…라인게임즈가 마주한 현실
라인게임즈는 조동현 대표와 배영진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를 꾸렸다. 회사는 PC 신작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다. '엠버 앤 블레이드'를 앞세워 연내 3종 이상의 PC 신작을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중국 출시와 '창세기전 모바일'의 글로벌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겉으로는 사업 확대를 위한 전열 재정비다. 하지만 이번 인사의 무게중심은 결국 재무와 체질 개선에 있다. 지금 라인게임즈에 필요한 것은 비전 제시보다 버틸 수 있는 체력 회복이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투자와 재무, 전략 분야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PIA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와 넥슨 투자실을 거쳤다. 모빌팩토리를 창업한 이력도 있다. 라인게임즈에서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CFO와 CSO를 맡았다. 이번 복귀가 단순한 인사 이동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라인게임즈의 최근 3년 수치는 이런 판단의 배경을 보여준다. 자산총계는 2023년 600억원에서 2024년 381억원으로 줄었다. 2025년에는 249억원까지 감소했다. 반면 부채총계는 2023년 1976억원에서 2024년 2157억원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2330억원까지 불어났다. 자본총계는 2023년 -1376억원에서 2024년에는 -1776억원으로 악화됐다. 2025년에는 -2082억원까지 확대됐다. 완전 자본잠식이 해마다 깊어진 셈이다.
실적도 녹록지 않다. 영업수익은 2023년 428억원이었다. 2024년에는 420억원으로 줄었다. 2025년에는 335억원까지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23년 231억원이었다. 2024년에도 231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155억원으로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2023년 1464억원이었다. 2024년에는 403억원으로 감소했다. 2025년에도 315억원 적자를 냈다. 손실 폭은 줄었지만 흑자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수치 개선도 본업 반등보다 비용 통제의 성격이 짙다.
CB 연장·증자 축소…시장 대신 계열이 떠받쳤다
라인게임즈의 최근 공시는 이런 현실을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라인게임즈는 3월16일 32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의 만기를 1년 연장했다. 원래 만기일은 2026년 3월16일이었다. 이를 2027년 3월16일로 미뤘다. 전환청구기간 종료일도 함께 연장했다. 연장 기간에는 8% 이자가 적용된다. 당장 갚아야 할 돈을 뒤로 미룬 셈이다. 그만큼 현금 부담이 여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달 진행한 유상증자도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당초 계획은 약 409억원 조달이었다. 실제 조달액은 117억5175만원에 그쳤다. 청약 과정에서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발행 예정 주식 수는 8185만1550주였다. 실제 발행 주식 수는 2350만3500주로 줄었다. 실권된 5834만8050주는 재배정하지 않았다.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온전히 채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대신 최대주주 측 지배력은 더 강해졌다. 네이버 계열사 Z Intermediate Global Corporation은 이번 증자에서 2000만주를 취득했다. 지분율은 35.66%에서 83.83%로 급등했다. 자금조달의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계열 지배력은 빠르게 강화됐다.
이 흐름은 기존 지원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Z Intermediate Global은 라인게임즈에 270억원 안팎의 단기차입금을 꾸준히 제공해 왔다. 2023년 말 잔액은 약 269억원이었다. 2024년 말에는 약 276억원이었다. 2025년 말에도 약 271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만기도 계속 연장했다. 2023년 적용 이자율은 0.8%였다. 2024년과 2025년에는 1.73%가 적용됐다. 라인게임즈는 독자적인 현금 창출보다 최대주주의 자금 지원과 만기 연장으로 시간을 벌어온 셈이다.
배영진이 풀어야 할 숙제
이런 점에서 공동대표 체제의 역할 분담도 비교적 분명하다. 조동현 대표가 게임 사업의 실행과 라인업 운영을 맡는 축이라면 배영진 대표는 재무 안정화와 전략 조정의 축에 가깝다. 배 대표가 과거 CFO와 CSO를 함께 맡았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결국 이번 공동대표 체제는 사업과 재무를 동시에 손보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문제는 라인게임즈가 이제 비용 절감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구간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최근 3년 동안 영업손실 규모는 줄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지급수수료와 광고선전비 축소가 있었다. 2024년에 컸던 대손상각비 부담이 2025년에 줄어든 기저효과도 작지 않았다. 숫자 개선의 상당 부분이 비용 통제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결국 다음 단계는 매출 반등이어야 한다.
배 대표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여기 있다. 신작과 글로벌 출시 전략이 실제 흥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연내 PC 신작 확대와 모바일 타이틀의 해외 진출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비용 절감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숫자를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게임 사업의 회복이 필요하다.
두 번째 과제는 재무 구조 정상화다. CB 만기 연장도 유상증자도 근본 처방은 아니다. 최대주주의 단기차입금 지원 역시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에 가깝다. 결국 배 대표는 계열 지원에 기대는 구조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업계에서는 배 대표의 복귀를 향후 지배구조 개편이나 그룹 내 게임 사업 재편과 연결해 보는 시선도 있다. 다만 지금 라인게임즈에 더 시급한 과제는 먼 미래의 재편 시나리오가 아니다. 계열 지원에 기대는 회사를 넘어 스스로 현금을 버는 회사로 돌아설 수 있느냐다.
배영진 라인게임즈 공동대표는 "중요한 시기에 대표를 맡게 돼 책임이 막중하다"며 "치열해지는 시장 환경 속에서 회사의 내실을 강화하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