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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경남에서는 유독 교육감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이 ‘3선 제한’으로 더 이상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20명 가까이 거론되던 후보군은 현재 7명으로 압축됐다. 새 판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난 판을 돌아봐야 한다. 보수세가 강한 경남에서 진보 성향인 박 교육감은 어떻게 3선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경남 유권자가 진보 성향으로 변한 걸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박 교육감 3선의 비결은 인물과 구도, 두 가지로 풀어볼 수 있다.
박 교육감은 교사 출신이다. 학교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에서 활동하며 교육 운동을 이어왔다. 그 덕분에 유권자에게는 “교육 현장을 아는 사람”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더불어 전교조 경남지부 활동 경험은 조직적인 지지 기반이 되었다. 그렇다고 박 교육감이 단번에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박 후보는 당선자와 약 2.8%포인트 차이로 낙선했다. 2014년 그가 마침내 교육감에 당선되자 언론은 “4년 와신상담” 끝에 전현직 교육감을 꺾었다고 표현했다.
후보 단일화는 매 선거에서 승패를 가른 핵심 변수였다. 2014년 지선에서는 진보·중도·보수 3파전이 펼쳐졌다. 진보 단일 후보인 박종훈 후보는 39.41%를 득표했고, 중도·보수 성향의 권정호(30.48%)·고영진(30.09%) 후보는 표를 나눠 가졌다. 박종훈 후보 득표율이 40%에 못 미쳤지만 상대 표가 분산되면서 이겼다.
2018년 지선에선 중도·보수 진영 단일화가 무산됐다. 이효환·김선유·박성호 세 후보 득표율을 합치면 51.58%로 과반이었지만, 표가 뿔뿔이 흩어진 탓에 박 교육감은 48.39%로 재선에 성공했다. 2022년 지선에선 두 진영이 모두 단일화를 이루며 처음으로 양자 대결이 펼쳐졌다. 박 교육감은 50.23%로 보수 단일 후보 김상권(49.76%)을 0.47%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올해 6·3 지방선거에서도 어느 진영이든 단일화가 살길이라는 건 후보들 모두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그 한 자리를 ‘내가’ 차지해야 한다는 데 있다. 단일화를 외치면서도 서로 쉽게 물러서지 못하는 이유다. 진보 진영은 박종훈 교육감 선례를 따라 어떻게든 단일화를 이루려는 힘이 강하다. 흔들리는 쪽은 중도·보수 진영이다. 지금껏 후보들이 보여온 행보만 봐서는 다자 구도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1700억원 투입된 교육 플랫폼의 향방은?


현재 구도는 복잡하다. 보수·중도 진영은 단일화 기구가 세 곳으로 갈렸다. ‘보수·중도 경남교육감 후보 단일화 연대’는 권순기 전 경상국립대 총장을 후보로 확정했고, ‘경남좋은교육감후보추대시민회의’는 김승오 후보를 추대했다. 김상권·김영곤 두 후보는 연대에서 이탈해 독자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 진보 진영은 3월30일 송영기 후보를 선출했지만, 김준식 후보가 단일화 방식에 이견을 보이며 따로 움직이고 있다. 범중도를 표방한 오인태 후보도 독자 노선이다.
단일화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정작 중요한 정책 현안은 공론장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현안은 단연 ‘아이톡톡’ 사업의 향방이다. 아이톡톡은 경남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교육 플랫폼이다. 수업 운영과 콘텐츠 제공, 교원 업무 지원을 통합한 경남 학교 전용 교육 앱이다. 박종훈 교육감 임기 동안 17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경남도민일보〉가 후보들 입장을 종합해보니 중도·보수 진영은 예산 투입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진보 진영 송영기 후보도 정책 효과를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기 관리 부담과 잦은 고장 등으로 학교 현장에서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아이톡톡 정책을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학부모는 그에 따라 자녀 교육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교사와 교직원에게도 아이톡톡은 각종 행정·교육 업무를 떠받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존폐 여부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단일화 논쟁이 길어지면서 정작 시급한 정책 토론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 생존 게임으로 흘러가는 선거판에서 후보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단은 살고 보자.’